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길 건너 대각선에 위치한 ‘비아 디 나폴리’를 찾았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정한 원칙에 따라 밀가루, 물, 효모, 소금 등 4가지 재료로만 반죽한다. 화덕에서 나온 피자는 겉 부분이 타기도 하는 데 나폴리 피자에서는 이게 정상이란다. ‘나폴리탄 마르게리타’ 피자는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 토마토 소스, 하얀 이탈리안 치즈, 녹색 바질의 피자로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한 입 베니 쫄깃쫄깃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순식간에 접시가 빈다. 모양이 이상해 식재료로 꺼리던 토마토를 처음으로 요리에 쓴 나폴리의 스탠다드 피자답게 소스의 감칠맛이 훌륭하다.
고르곤졸라 치즈, 머쉬룸 페스토, 모짜렐라 치즈로 만든 ‘네로 에 비앙코’는 꿀을 뿌려 먹으니 고르곤졸라 치즈의 풍미와 근사한 하모니를 이룬다. ‘매드 포 갈릭’의 고르곤졸라 피자와 차이점은 머쉬룸 페스토가 들어가 씹는 맛이 더해진다는 점. 피자 10여 종류. 1만5800원∼1만8300원. 02-557-6736
○나폴리 피자를 먹을 수 있는 곳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이탈리안 셰프 아니타 비디니 씨가 손님이 원하는 토핑으로 나폴리 피자를 만들어 준다. 02-317-3270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델비노’=메뉴에는 없지만 나폴리 피자를 해달라고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만들어 준다. 02-455-5000
토마토 소스·치즈·바질… 혀도 놀란 ‘환상의 짝꿍’!
‘나폴리 피자를 아시나요?’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음식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남부 항구 도시 나폴리가 발상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효모를 안 넣고 납작하게 구운 ‘모레툼’이라 불리는 빵을 먹었는데, 나폴리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만든 빵에 야채를 올려 먹는 ‘라가노’를 즐겼다. 당시 경제가 어려워 고기를 먹을 수 없던 사람들이 토마토 등 야채를 빵에 얹어 먹으면서 현재 피자와 유사한 음식이 탄생한 것.
피자 탄생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상업적으로 피자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19세기 나폴리가 출발점이다.
한국에서도 피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인기 음식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나폴리 피자를 먹기란 쉽지 않다. 주한미군과 함께 아메리칸 스타일의 피자가 먼저 들어오고, 이후 생겨난 대형 피자 체인이 아메리칸 피자를 내놓기 때문.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이탈리안 스타일의 피자를 서브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나폴리 피자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
빵이 얇으면 이탈리안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핵심은 도우 반죽(생지)에 있다. 나폴리피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지에 밀가루, 물, 효모, 소금 등 4가지 재료만 들어가야 한다. 이 재료를 배합하는 게 나폴리 피자의 맛을 결정한다. 가마의 온도가 450도가 넘는 불에서 직화구이로만 만든다. 피자의 두께는 전체적으로 2cm 이하, 가운데 두께는 0.3cm를 넘으면 안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폴리 피자는 ‘고르니초네’라 불리는 빵 테두리에서 다른 피자와 차별점을 보인다. 테두리는 천대받고 버려지기 일쑤지만, 나폴리 피자는 까다롭게 만들어진 생지가 얇게 부풀어 올라 생성된 고르니초네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