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팔육ⓒ 10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1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신문의 어느 면을 제일 먼저 보시나요? 어떤 분들은 만화를 꼽으시더군요. 건조한 글 사이에서 만나는 짧은 만화를 통해 마음의 여백을 얻고 정서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거죠.
(김현수 앵커) 창간 89주년을 맞은 동아일보는 다양한 만화를 선보여 왔는데요. 특히 올해 4월1일로 10주년이 된 만화 386c는 따뜻한 생활 만화로 독자들과 울고 웃어왔습니다. 스튜디오에 386c의 작가 황중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황 기자, 벌써 386c가 10주년이 됐네요. 다른 신문의 만화와는 다른 386C의 특징은 뭐라고 보십니까.
(황중환) 보통 대부분의 신문의 만화들이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만화는 가정사나 개인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운 사회일수록 여유가 있는 사회일수록 정치적인 시사만화보다는 생활만화가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블론디'라든가 '스누피' 라든가, '캘빈 앤 홉스' 같은 외국만화들을 생활 만화의 대명사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신문에서도 그런 생활만화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제 만화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10년 동안 386C를 그리면서 재밌는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억나는 독자들도 있나요?
(황)만화 속에서 여행을 떠나면 사람들은 진짜 여행을 떠난 줄 알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만화 속에 진짜 제 마음을 담아도 만화니까 진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386c로 10년을 연재하다보니, 어떤 때는 라디오 DJ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간혹 독자들이 연락을 주시면 그런 이야기로 만화를 그린 적도 많고요, 오랫동안 저에게 피드백을 주시는 독자들도 많이 계십니다.
시인이기도 한 충남 서산의 한 독자와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가끔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그런 독자들 때문에 제가 지금 만화를 그릴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앵커)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 세 개를 꼽으라면 뭐가 있나요?
(황) 네, 2425개의 작품 모두가 다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굳이 뽑자면 정지용 시인이 쓰셨던 '별똥'이라는 시를 제가 만화로 그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어른이 돼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아서 그 그림을 가장 많이 좋아하고 있고요, 그리고 또 지난 촛불 시위 때 정국이 어려울 때 그렸던 '화가 아빠'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두운 하늘에 제가 하늘에 달과 별을 그리는 그림인데요. 제 작품이 독자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2000회 기념으로 프랑스 여행을 다녀와서 그렸던 '배려'라는 작품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 앵커)책도 벌써 14권이나 내셨다면서요?
(황) 네, 그동안 이런 저런 작업들을 모아서 책을 14 권 정도 냈는데요, 그 중 일부는 독자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도 있고, 일부는 많이 아쉬운 작품들도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많이 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앵커) 처음에 광고회사에서 일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동아일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제가 광고회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할 때 MF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때 여러 사람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것들을 습작으로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동아일보에서 신인 만화가를 모집하고 있었고요, 제가 모아놓은 작품들을 보내게 됐습니다. 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동아일보에 만화를 연재하게 됐고, 그 연재한 날이 1999년 4월 1일의 일이었습니다. 만우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인연)은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동아일보 속의 래넌 루리라든가 백인수 화백의 그림을 보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동아일보에서 꼭 저런 일을 하리라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이 아닌 한국인의 시선에서 세계의 이야기를 그려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어찌됐건 저는 꿈을 이룬 셈이고요. 앞으로도 사건 사고나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휴식이나 여유를 주는 그런 작가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박 앵커) 라디오 DJ 같은 만화작가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