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14>현대 미술의 빗장을 따다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현대 미술(modern art)’이라는 말은 오늘날 일상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이 시기적으로 언제부터인지, 어떤 미술품을 가리켜 ‘현대미술’이라고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다…이와 같은 여러 견해 중에서 나는 현대미술이 인상주의전과 함께 출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긍정적이다.”》

일상성에 주목한 인상주의

에드가르 드가, 클로드 모네, 조르주 쇠라, 반 고흐, 폴 고갱….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대표작 한두 점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인상주의 작품은 마치 ‘서양 회화의 전형’처럼 보이곤 하지만 인상주의가 처음 등장하던 당시만 해도 이 화풍은 도발을 넘어 혁명적인 시도였다. 큐레이터이자 홍익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 유럽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태동한 인상주의의 의의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인상주의 이전 미술의 주류는 신고전주의였다. 인상주의는 신고전주의와 그림의 주제, 등장하는 인물, 색채 면에서 대비된다. 신고전주의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극적인 암시를 지니는 풍경을 바탕으로 했으며 고대신화와 성서 속의 인물들을 주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인상주의 작품들에서는 역사나 교훈이 없으며 일상의 풍경이나 갑남을녀를 그려냈다. 색채에 있어서도 인상주의 작품들은 신고전주의와 달리 물감을 충분히 혼합하지 않고 색을 캔버스에 그대로 바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표적인 이들이 ‘점묘파’라 불리는 신인상주의 화가들이다.

인상파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살롱전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시 화단의 관습과 연관이 있다. 신고전주의자들의 입김이 거셌던 살롱전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불만이 고조됐는데, 고답적인 기준으로 매년 수천 명의 출품자가 떨어졌다. 낙선화가들을 중심으로 살롱전에 대한 반대가 극에 달했던 1863년, 나폴레옹 3세는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살롱전 바로 옆에 ‘낙선작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 음란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등이 전시됐다.

관전인 살롱전에 연이어 낙방하고, 몇 년 동안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던 무명화가 30명이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인상주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때 참여한 작가가 모네, 드가, 르누아르, 세잔, 피사로 등이다. 이들의 전시회에 대해 “벽지용 드로잉도 이보다 완성도가 나을 것이다” “화폭에 물감과 붓을 들고 아무 색이나 되는 대로 처바른다” 등 혹평이 이어졌지만 자기 그림에 대한 이들의 신념과 자신감으로 전시회는 8회까지 이어졌다.

인상주의자들은 자연풍광과 인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각도를 제시한 19세기 사진기술의 발달과 당시 유럽에 널리 퍼졌던 일본의 판화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기존 미학을 해체하고 권위를 부정한 이들의 ‘열린’ 정신이 쇠라, 폴 시냐크의 신인상주의, 세잔, 고갱, 고흐의 후기 인상주의로 이어졌으며 뒤이어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으로 발전해가는 모태가 됐다고 분석한다.

인상주의를 세계에 알린 화상 폴 뒤랑뤼엘과, 신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후원자였던 앙브루아즈 볼라르, 이들을 지지하거나 경제적으로 후원해 준 에밀 졸라, 샤를 보들레르, 귀스타브 카유보트 등에 대한 자료도 수록했다. 인상파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도 간략히 소개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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