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연재만화 ‘386c(삼팔육씨)’가 1일로 열 돌을 맞았다. 황중환 작가(40·사진)가 1999년 4월 1일 첫 회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게재한 횟수가 2426회. 초등학생이었던 독자가 대학생이 돼 조언을 할 만큼 강산이 변했다고 한다.
황 작가도 변화를 겪었다. 연재 초기에 세상에 없었던 둘째 아들 규성(9)이 벌써 초등학생이다. 작가도 광고회사 디자이너에서 전업 작가, 대학교수(조선대 초빙교수)를 거쳐 본보 편집국 기자가 됐다.
―어떤 일도 10년을 꼬박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쑥스럽다. 어떤 성취감보다 여전히 삼팔육씨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라 본다. 처음엔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당시 직장인이나 생활인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삶의 애환과 웃음을 그리고 싶었다. 이만큼 온 건 그 공감 덕분이지 않을까.”
―삼팔육씨는 종합 일간지에서는 드문 장르의 만화다.
“생활 밀접형 만화라고 하더라.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 신문만화 하면 시사만화만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의 움직임이 시사라면, 그 속에서 숨쉬고 느끼는 우리네 평범한 모습이야말로 진짜 시사라고 생각한다. 삼팔육씨도 사회 이슈들을 은연중에 담고 있다. 그 점을 좋아해 주는 독자도 많더라.”
―연재하는 동안 뿌듯했던 순간이나 힘든 적은 언제였나.
“매일매일 마감은 언제나 힘들다. 하하. 그리고 항상 뿌듯하다.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는 가족보다 더 내 기분을 잘 파악한다. 사명감이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에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만화가 실릴 예정이다. ‘동아일보 386c 황중환 작’으로 표기되니 독자와 함께 자축하고 싶다.”
―삼팔육씨의 미래도 궁금하다.
“여건이 되면 동아일보와 함께 나이 먹어 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삼팔육씨란 존재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진 한 세대의 모습이다. 힘겹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언젠가 우리 후손이 이 만화를 보며 ‘당시 선조는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