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종일 음악만 들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인생의 음악으로 삼은 라틴 음악을 남들에게도 들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가수 윤상은 추천사에서 ‘한국인을 위한 유일한 남미 음악 안내서’라고 썼다.
라틴 음악은 다양성의 음악이다. 남미 대륙의 원주민, 유럽 출신 백인 이주민,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전통 음악이 섞여 삼바 탱고 차차차 등 새로운 리듬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라틴 음악의 잠재 소비자’인 스페인어 인구가 약 1억60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라틴 음악의 저변을 더욱 넓힌다.
이 책은 라틴 음악의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 등 중남미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며칠 동안 욕실에서 기타만 치며 보사노바를 탄생시킨 조앙 질베르토,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공연 내내 서서 반도네온을 연주했던 피아솔라…. 작사가이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DJ를 맡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뮤지션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라틴 음악의 세계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책은 더 나아가 무엇을 어떻게 들을지도 알려준다. 각 장에 들을 만한 앨범을 소개하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음반을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알려준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라틴 음악에 대한 애정도 여과 없이 털어놓는다. 일본에서 열린 조앙 질베르토 콘서트에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했다”고 말하고, 보사노바 뮤지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김병종 화백이 브라질 칠레 쿠바 등 중남미를 여행하며 받은 감동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라틴화첩기행’(랜덤하우스코리아)도 남미 문화의 향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철학박사이자 대학 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저자는 문학 미술 등 라틴 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청춘남미’(포북)는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저자가 현지를 다녀와 음식 문화에 관해 쓴 기행문이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마음산책)은 중남미 문학을 다루고 있다.
남미 문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소개한 책으로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카를로프 푸엔테스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까치글방)가 있다. 이 책은 남미 역사를 스페인의 침략과 식민 지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470여 쪽에 걸쳐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남미 각국의 역사를 간략하게 추린 ‘라틴아메리카 역사 다이제스트 100’(가람기획)도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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