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정한 기독교’라는 것이 있을까. ‘아담, 이브, 뱀’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 일레인 페이걸스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초기 기독교인들이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1∼2세기 초기 기독교는 결혼이나 가족제도 같은 인간적인 속박은 불필요하므로 사회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급진적 종파였다. 이들은 아담과 이브가 욕망 때문에 자유를 잘못 사용했을 뿐이라며 세례를 받은 인간은 절제와 금욕을 통해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종교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과 이브가 죄를 저지른 이래 인간의 본성은 영원히 타락했고 따라서 인간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주장은 5세기 기독교가 ‘주류 종교’로 변모해 ‘자유와 저항’보다 ‘체제에 대한 복종’을 선호하게 되면서 적극 받아들여졌다. 아담의 원죄를 타고난 인간은 무력한 존재이므로 권력자에 자신의 자유를 의탁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이후 기독교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