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전의 어떤 점에 주목했나?
“클림트 하면 여성의 곡선, 환상적 에로티시즘만 생각하지만, 초기부터 말년까지 그림을 다 보면 19세기 많은 것을 수용한 종합 예술인이란 걸 알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 팝아트가 물밀듯 들어왔는데, 클림트 시대에는 그게 토털 아트(미술과 디자인, 건축 공예 결합)였다.
난 어려서부터 순수회화 전공을 했지만, 배우도 하고 학교도 나가고 설치작업도 하면서 먹고 사는 작업을 해 왔다. 미술 쪽에서는 외인구단에 속한다. 그래서 어떤 창문 밖에 있는 시각으로 봤을 때 팝아트의 문화 주류를 빨리 보기도 했다.”
○강리나의 토털 아트는?
“세계는 통합문화로 가고 있다. 누구나 그리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모든 생활에서도 그림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함께 한다’는 개념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만 그림을 하는 게 아니다. 미술, 패션이 만나고 만화, 사진이 접목되는 등 문화 통합이 된다. 원과 원이 겹치면 가운데 접하는 가로 세로 비율이 153:265이다. 내 설치미술의 화두다. 원과 원이 만나 통합 문화가 된다. 원들이 무수히 많아지는 게 내 목표다. 계속 더 재미난 작품이 나올 것이다. 올해도 전시를 준비 중이다.”
○클림트의 그림은 어땠나?
“여성 편집광적인 사람이라기보다 여성을 그리면서 생명을 찬양했다. 부모가 다 죽고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그의 그림 안에는 삶과 죽음이 다 있다. 설치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봐도 그렇다. 그가 얼마나 생명을 소중히 했는지 그래서 더 신의 존재를 알고자 노력한 것도 느꼈다.
‘유디트Ⅰ’에서는 여인의 순결을 역설적으로 에로틱하게 표현했다. 당시 클림트 부모도 먹고 살려고 금세공을 했고, 클림트도 금을 썼다. 화가들은 강직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
‘외계인 출입금지 153’이라는 작품에서 나 역시 금을 썼다. 금은 은하계 10분의 1의 희귀 재료다. 금빛으로 현실을 이기려는 의지와 현실에 대한 찬미를 동시에 담았다.”
○그렇다면 화가 강리나는?
“불황으로 힘들지만 그림이라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다르다. 화가가 추구하는 세계는 제2의 유토피아다. 돈이 없어 불행한 것보다 그 세계에 빠져드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여자들이 괴로울 때 막 수다 떨면 편해지듯이, 작품도 하다 보면 마음이 금세 편안해진다.”
강리나는?
1986년 청바지 CF 모델로 데뷔해 ‘슈퍼홍길동’ ‘우뢰매3’이후 ‘서울무지개’(1989)로 제27회 대종상 미술상과 신인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태양의 계단’, ‘빠담풍’, ‘뽕밭 나그네’, ‘늪 속의 불안개는 잠들지 않는다’ 등을 통해 섹시스타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미술에 대한 갈증으로 1996년 영화 ‘알바트로스’를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현재 꾸준히 학생도 가르치고 미술전시를 하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