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만 미리 방영하거나, 본 방송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 지상파 방송사의 ‘예고편’에 대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 사극 ‘자명고’의 예고편에서는 왕자실(이미숙)이 어린 자명의 가슴을 산호로 만든 ‘뒤꽂이’로 찌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2월 18일 첫 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사진) 예고편에서는 초인(소지섭)이 사막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피가 튀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두 드라마 모두 첫 회가 나가기 한 달여 전부터 여러 차례 반복해 같은 예고편을 내보냈다. SBS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나가기엔 잔인한 장면이어서 제작진에게 몇 차례 얘기했지만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는 2월 15일 방송에서 전진과 이시영 커플의 신혼여행, 신성록과 김신영 커플의 도배와 집들이, 정형돈과 태연의 가상 결혼식이 다음 주에 방송될 것처럼 예고했다. 하지만 2월 22일 방송에선 전진-이시영, 신성록-김신영 커플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고 정형돈-태연 커플은 결혼식 대신 데이트 장면만 나왔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광고에 따라 매주 편성 시간이 다소 달라지고 본 방송이 나가기 하루 전에 편집을 끝내면서 간혹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진-이시영, 신성록-김신영 커플 편은 3월 1일 내보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예고편은 시청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인데 본 방송에 없는 내용을 내보내는 일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지상파는 시청자들에게 정직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런 예고편에 관해 시청자들이 “선정적이다” “왜 예고편과 다르냐”는 민원을 냄에 따라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