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如不及에서는 學자 뒤에 작은 휴지가 있다. 如不及은 마치 미치지 못하지나 않을까 여기듯이 한다는 말이다. 도망가는 자를 쫓아가되 미치지 못할까 여기듯 한다고 풀이한 설도 있다. 정약용은 길 가는 행인이 고향 관문에 행여 못 미칠까 달려가는 심정이 꼭 이러하다고 했다. 猶는 ‘그런데도 또한’의 뜻이다. 失之의 之는 이미 배운 學이나 학문의 목표를 가리킨다. 猶恐失之에 대해 옛 주석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학문을 숙달해서 오래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그러나 정약용은 얻은 것을 잃을까 근심하지 않고 도를 향하여 가되, 앞에 있는 귀중한 보배를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갈까 두려워하는 마음처럼 애태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공부는 한 과정을 다 채운 뒤에야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성취에 안주하는 일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 ‘옹야(雍也)’에서 염유(염有)가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했을 때, 공자는 “힘이 부족한 자는 가다가 쓰러져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법이다.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라고 했다. ‘금여획(今汝(화,획))’이라고 꾸짖는 음성이 여기서도 울려나온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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