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꽃으로 장식한 거대한 소에 올라탄 돈키호테부터 관람객이 다가서면 서서히 양쪽으로 열리는 대형 두상, 4m 높이의 대작 ‘비밀의 정원’까지. 전시장을 채운 작품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뚝심과 땀이 엿보인다.
5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조각가 성동훈 씨(42)의 ‘머릿속의 유목’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익숙한 세태에서 그의 조각은 ‘우직함’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철근을 일일이 이어 붙여 용접하고 그 위를 다시 용접봉으로 붙인 뒤 갈아내 완성한 지난한 작업 과정을 거쳐 고철과 버려진 기계의 부속물들이 새 생명을 얻는다.
그는 10번째 개인전에서 현실과 이상, 인공과 자연, 에로스와 타나토스, 안과 밖이 공존하는 세상사의 단면을 표현한 조각과 설치작업 10여 점을 내놓았다. “무식한 작업만이 살길”이라는 평소 지론대로 전시장은 조각의 본질을 일깨우는 노동집약적 작품으로 가득하다. 육중한 양감과 야성의 영혼이 느껴지는 정통 조각과 더불어 ‘머릿속으로’ ‘구름 속으로’ 등의 작품처럼 유압기술과 센서 장치를 도입해 열고 닫히는 키네틱 입체 조각도 볼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1만2000여 개의 투명 플라스틱 구슬로 장식해 몽환적 느낌을 주는 ‘자연의 신’과 초대형 개미와 나무가 어우러진 인공정원에서는 자연 생태에 대한 깊어지는 관심을 읽을 수 있다. 02-736-437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