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YB(와이 비)가 록으로 공존(共存)을 외치다.’
2년 7개월 만이다. 2006년 7집 ‘와이 비(Why be)’로 록밴드의 정체성을 되짚었던 YB밴드는 이번에 세상을 향해 팔을 벌렸다. 여전히 대중은 ‘윤도현 밴드’란 옛 이름으로 기억하지만 YB라는 이름은 한 명의 스타가 아니라 네 명의 뮤지션이 칡넝쿨처럼 엮어낸 사운드 위에 서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8집 ‘공존’은 이제 ‘관록’까지 지닌 YB가 내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초대장이다.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보컬 윤도현은 이 밴드의 앨범 녹음이 끝나던 날 참으로 구태의연하게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녹음만 10개월. 애까지 딸린 아빠들이 집에도 안 가고 연습실에 처박혀 만든 만족감일까. 그 만세만큼 뻔한, 그러나 여전히 존재 가치가 넘치는 하드록으로 “사랑도 세상도 현재진행형”임을 일깨우는 YB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말 한 번 녹음을 마쳤다가 다시 작업했다고 들었다.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불탔는지 모르겠다, 하하. 앨범이야 모두 전력을 쏟지만 이번엔 특히 심했다. 스튜디오를 빌리지 않고 연습실에서 녹음해서 그런가. 만족할 때까지 하고 또 했다. 빈말이 아니라, 앨범을 내놓으면 후회가 남는데 이번 앨범이 제일 후련하다.”
―연주가 간결 명쾌하지만 연습실 녹음이라 그런지 살짝 거칠다.
“이번 앨범은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억지로 채우기보단 최대한 비우려 했다. YB 멤버들은 사운드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그만큼 뭔가를 뺀다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맞춰오며 굳이 덧칠하지 않아도 되는 ‘합’을 찾은 것 같다. 그간 해외밴드들과 친분을 많이 쌓았는데 거기서 깨친 점도 있고.”
―타이틀곡 ‘아직도 널’이나 ‘편지’ 등도 색다르다. 사랑 노래인데 매끈한 발라드가 아닌, 뚝배기 같은 질박함이 살아 있다.
“고민이 컸던 곡들이다. 한때 나이 들면 사랑 노랜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세월이 가고 보니 생각이 많아졌을 뿐 감정이 퇴색된 건 아니었다. 그런 마음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담다 보니 약간 투박해졌다. 아마추어 단편영화를 찍는 느낌이랄까. 천편일률적인 러브 발라드를 하고 싶지 않았다.”
―청년실업자, 초등학생 자살, 인터넷 악플 등 사회적 주제를 다룬 노래도 많다.
“YB 음악은 록이기 때문이다. 록은 그 사회를 담는 그릇이다. 물론 미술이나 영화, 언론 등도 마찬가지지만. 거창한 정치적 의도 같은 건 없다. 동시대를 사는 ‘생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봤을 뿐이다. 분노나 저항도 이 앨범의 콘셉트가 아니다. 우리 역시 애 키우고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공존이란 서로의 솔직함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손을 내미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노래하려 했다.”
―10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도 선다고 들었다.
“요즘 행복하다. 방송 진행자 등 음악 외적인 걸 놓고 나니 정말 자유롭다. 처음 음악 하던 시절, 기타 메고 길거리를 활보하던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그 모습 그대로 관객들과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 연습실에 초대하는 기분으로. 역시 뮤지션은 음악을 들어주는 팬들 곁에서 공존해야 제 맛 아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