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17>테마로 보는 서양미술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테마로 보는 서양미술/권용준 지음/살림

《“그림 속에 숨겨진 테마를 읽는다는 것은 그림 속 오브제들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면서 표현에 내재된 인간의 다양한 욕망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림이란 단순히 시각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미 해독이라는 지적 수고를 요구하는 대상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회화란 예술가의 세계관과, 한 시대의 사상을 형과 색으로 대변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림에서 읽어낸 시대정신

예술비평론을 공부한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당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예술 작품에 투영됐는지 분석했다.

이야기는 약 1만1000∼1만5000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로부터 시작한다. 동굴에 그려진 짐승들은 실제 짐승들의 비례를 따랐다. 당시 인류는 형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실적 이미지를 추구한 인간의 행위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철학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 시기의 예술 정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은 ‘모방론’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 사람들은 절대 불변의 원형인 이데아(보편적 진리)가 존재한다고 봤으며, 예술은 이데아를 모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잘 표현된 작품이 ‘밀로의 비너스’다. 완벽한 신체구조를 담은 이 작품은 그리스인들이 강조했던 지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관심사는 인간이었다. 르네상스 여명기의 작품으로 알려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여신 비너스가 바다에서 탄생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 저자는 “관능과 순결을 동시에 갖춘 비너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에서 여인의 미소를 통해 행복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묘사하고자 했다. 그림 속 여인은 어깨가 넓고 손이 커서 남자의 모습을 함께 담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감정의 보편성뿐 아니라 성별 차이를 초월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대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중세는 신 중심 사회였다.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것이 높은 첨탑을 특징으로 하는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다. 첨탑은 하느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16세기에 들어 사람들의 생각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세상의 물질들이 결국은 썩어 없어질 것이라는 허무함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래서 바니타스(Vanitas)라는 주제가 유행하게 된다. 라틴어인 바니타스는 허풍, 공허, 헛수고, 무익 등을 의미하는 말. 이 시절 그림에는 해골, 모래시계, 시든 꽃 등 바니타스의 상징물이 많이 등장한다.

18세기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로코코라는 귀족 문화가 태동했다. 화려함, 여성적 이미지, 에로티시즘을 강조하는 문화였다. 이 시대에는 삼각관계, 남녀 간 유희 등을 다룬 그림이 많이 나왔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전후로 등장한 계몽 시대의 예술가들은 서민들의 애환과 삶을 주로 화폭에 담았다.

19세기에 들면서 서구 예술은 고상한 인간성을 표현하는 고전적 이상을 포기하고 환희, 애증, 고통, 광기 등 인간의 극단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를 낭만주의 경향으로 부르며 프랑스의 테오도르 제리코를 선구자로 꼽는다. 사람들이 시체와 뒤섞여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모습을 통해 공포와 절망을 표현한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은 당시의 낭만주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