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봤습니다. 공연 내내 관객 한 명이 심하게 기침을 해서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관객들의 돌출행동이 일어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그럴 때 공연은 어떻게 되는지요.(김숙애·56·경기 의정부시)
A: 돌출행동은 찰나… 공연중단은 있을 수 없어요
‘엄마는…’에서 딸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서은경 씨는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서 씨는 “예전에는 그런 돌출행동으로 공연을 망치면 관객 탓을 했지만 요즘엔 연기에 더 몰입하게 하는 고마운 자극”이라며 “껌 씹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무례한 관객에 비하면 생리현상 때문에 고생하는 관객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연 내내 기침하는 관객부터 다리 떠는 관객, 껌 씹는 관객, 이유 없이 배우를 째려보는 관객, 배우가 한 대사를 자기한테 한 소리인 줄 알고 받아치는 관객까지…. 관객들의 돌출행동은 현장예술인 연극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하일호 대표는 “까만 봉지에 넣어온 감을 깎아 먹고 상습적으로 양말을 벗어 때를 미는 관객이 있어 출입금지시킨 일, 여배우를 흠모한 ‘바바리맨’이 무대로 올라와 바바리를 벗어젖히는 바람에 여배우가 분장실에서 울었던 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리 현상으로 인한 돌출행동은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극단 ‘파임’의 김의숙 대표는 1997년 변소를 뜻하는 연극 ‘비언소’에서는 용무가 급했던 관객 한 명이 변기가 설치된 무대 위로 뛰어갔던 사례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공연 중인 줄 모르는 음식점 배달부가 그릇을 찾으러 오거나 이웃 주민들이 차를 빼달라고 항의하러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있었던 연극 ‘하녀들’ 암전 중에는 한 아저씨가 갑자기 문을 열고 “왜 이렇게 깜깜해, 주인장 안 계슈”라며 한참을 서 있는 바람에 객석이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었답니다. 이 극장의 오동식 대표는 “공연장으로 쓰이기 전 철판구이 요릿집이어서 옛 손님이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의 연출자 손기호 씨는 1998년대 ‘김치국씨 환장하다’라는 공연에서 험상궂게 생긴 두 명의 남성 관객이 대놓고 담배를 피웠던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손 씨는 공연이 끝난 뒤 그들에게 항의했습니다. 그들은 “형사인데 연극 제목이 수상해 보러 왔다. 연극 관람이 처음이라 담배 피워도 되는 줄 알았다”며 사과했다고 합니다.
관객들의 돌출행동은 연극보다 더 연극적입니다. 하지만 그 탓에 공연이 중단된 예는 극히 드뭅니다. 돌출행동은 찰나지만, 공연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