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와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콘서트 7080. 통기타와 ‘고고장’, 장발과 미니스커트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중년들의 가요무대’∼. ‘빅뱅’ 멤버는 몰라도 그 시절 통기타를 치던 포크송 가수들의 이름은 줄줄 꿰는 엄마는 서유석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가는 세월’이나 ‘아름다운 사람’ 같은 노래를 넋을 놓고 따라 부르곤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 추억의 프로그램에 의외의 그룹이 나왔다.
“우리 땐 토끼소녀가 있었는데. 근데 쟤네들 왜 이렇게 수가 많니?”
엄마는 내가 아무리 ‘슈퍼주니어’ 멤버가 13명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 화면 속에선 하얀색 스키니 진에 색색의 티셔츠를 입은 소녀시대가 ‘gee’를 외치며 집단가무 중이었다.
“나도 저 나이 땐 짧은 치마 입고 명동 거리 활보했다!”
“에이∼, 무 다리면서.”
서른을 훌쩍 넘긴 딸의 퉁에 나이 육십 된 엄마는 한껏 눈을 흘기며 당장 안방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찾아 증거물처럼 내놓았다.
“이래도 안 믿을래?”
아…, 잊고 있었다. 오래 전, 앨범 속에서 봤던 그 사진. 낡은 흑백 사진 속의 엄마는 재클린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끼고 멋스러운 미니스커트에 통굽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사진 속 단발머리 처자는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웃음이 봄 햇살처럼 순해서 보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졌다.
엄마가 네 나이 때, 난 벌써 중학생 학부모였다! 같은 말을 들으면, 나는 뭔가 초현실적인 이야길 듣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곤 했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일버드’의 한 장면, 타임머신을 타고 고추를 덜렁거리며 쏘다니는 다섯 살배기 아빠와 마주치는 그 장면에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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