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표정을 바꾼다]<4>서울 상암동 LG텔레콤 사옥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텔레콤 사옥은 직원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한 오피스빌딩이다. 지하와 1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위) 측면의 광섬유조명 수벽(水壁)은 시각적 효과와 함께 환경정화 기능도 한다. 로비 응접 공간(아래)도 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구획을 정했다. 사진 제공 창조건축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텔레콤 사옥은 직원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한 오피스빌딩이다. 지하와 1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위) 측면의 광섬유조명 수벽(水壁)은 시각적 효과와 함께 환경정화 기능도 한다. 로비 응접 공간(아래)도 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구획을 정했다. 사진 제공 창조건축
“사옥도 직원 입맛 맞게” 주문형 설계

식당-로비 등 사용자 의견 반영

냉기-열기도 바닥에서 올라오게

오피스 빌딩을 하나의 ‘상품’으로 볼 때, 매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근무자들은 소비자라 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지난해 8월 들어선 LG텔레콤 사옥은 그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세워진 건축 상품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이강우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50)는 3년 2개월의 설계와 감리 과정에 대해 “참 별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설계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지하 1층 식당 진입로 디테일을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터파기도 시작하지 않은 빈 땅에 설계도대로 공간구획 표시를 한 다음 직원들을 세워놓고 실용성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LG텔레콤은 회사가 생기고 12년이 지날 때까지 단독 사옥을 갖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구로구 가산동에 위치한 3개 건물 임차사무실에 뿔뿔이 흩어져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상암동 사옥 신축은 첫 내 집 마련 같은 사건이었던 것. ‘내가 쓸 집 내가 필요한 대로 만들고 싶다’는 공감대가 ‘별스러운’ 자체 설계 심의를 가능하게 했다.

설계자는 사용자의 요구대로 지하 1층 평면계획을 조정해 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설 공간을 더 넉넉하게 만들었다. 지상 1층의 카페 위치, 2층의 방문객 응접 공간 동선계획에도 이런 식으로 사용자 의견이 반영됐다.

건물 내부를 순환하는 공기가 각 층 천장에서 내려오지 않고 바닥에서 올라오게 한 공조시스템도 오래 앉은 채로 근무하는 사용자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냉난방 공기가 바닥에서 1.8m 높이까지 올라오도록 만든 바닥 공조 시스템은 천장 공조보다 열효율도 높다.

이 회사 이한철 CRM채널팀 과장은 “사옥 건축을 지켜보는 과정이 신상품 개발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흥미로웠다”며 “가장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선호하는 오피스빌딩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새 건물에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64m 고도제한과 전면 외벽에 돌출된 기단(基壇) 벽체 등 서울시가 정해놓은 설계 가이드라인 때문에 외형적 차별성을 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4층 높이의 기단 벽체를 둘러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외관에 악센트를 준 간결한 장식 요소다. 지하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마련된 광섬유조명 수벽(水壁)은 외부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공간의 쾌적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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