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하다! 흰색도 푸른색도 아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신비한 빛으로 반짝이는 달 항아리들.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백자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오롯이 살아있다. 옛날 도자기 제작 방법을 고수했던 도예가 이종수(1935∼2008)의 ‘잔설의 여운’ 연작이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A Homage to Lee Jong-Soo: 이종수 임동식’전. 예술을 위해 서울을 떠나 고향에서 창작에 전념했던 두 작가를 조명하는 2인전 형식이지만 주목적은 대전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지병으로 타계한 이 씨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것이다. 지난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종수 겨울열매’전의 경우 5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시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씨의 대표작인 백자 달항아리부터 거칠고 투박한 전래 토기와 옹기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마음의 향’ 연작까지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21점을 만날 수 있다. 옛 도공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40년 넘게 우리 도자기의 깊은 멋과 맛을 탐구해온 이 씨는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통해 눈이 녹아내리며 빛을 반사하듯 은은하게 반짝이는 특유의 기법을 완성했다.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그는 1979년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갔다. 세속을 멀리한 채 손수 지은 작업장에 은둔해, 흙을 만지고 유약을 바른 뒤 장작 가마에 불을 때서 도자기를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냈다. 어렵사리 완성한 작품 중 70∼80%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며 깨뜨릴 정도로 자기 관리에 엄격했고, 평생 치열한 창작정신을 견지해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다.
독일 유학을 마친 뒤 충남 공주에서 야외미술운동과 더불어 회화 작업을 해온 화가 임동식 씨도 그런 후배 중 한 명. 임 씨는 대학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고인을 떠올리며 “이 시대의 진설된 예술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1998년 작업한 무인년 유화 시리즈 10여점을 내놓았다. 충남 공주 원골에 남아있던 시골 마을의 관습과 농경문화의 일상을 담은 다큐적 성격의 회화들이다. 02-730-781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