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리상태에 따른 향수는? 경제불황속 맞춤 향수의 세계

  • 입력 2009년 4월 10일 19시 29분


“향은 하나의 수호천사라고 할 수 있어요. 힘들거나 긴장된 상태일 때 사용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좋은 결과가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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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불황 속에 마음이 우울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가족, 친구 말고도 또 있다. 바로 향이다.

향을 하나의 ‘수호천사’라고 말하는 퍼퓸디자이너. 프리랜서 조향사인 갈리마드 퍼퓸조향스쿨 정미순 원장(46)을 만났다.

정 원장은 브랜드 회사, 유명인사 또는 개인이 주문을 하면 그에 맞게 향수를 만들어내는 퍼퓸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내 마음을 달래줄 향은?”

정 원장은 맞춤 향수를 원하는 고객을 상담할 때 좋아하는 음식, 대인관계, 소비패턴, 얼굴형, 스트레스 푸는 방법, 자신의 체형, 일하는 스타일, 잠자는 패턴 등의 테스트를 거쳐 그 고객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도움 되는 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 원장은 플로럴 계열과 알데하이드 계열을 추천했다. 플로럴 계열은 꽃을 주제로 한 향기로 마치 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처럼 여러 꽃들을 섞어 놓은 듯한 부드러운 향기다. 대표적인 향수로는 니나리찌의 레흐뒤땅, 에스티로더의 플래져 등이 있다. 알데하이드 계열은 풍부한 느낌을 주는 향으로 샤넬의 No.5와 랑방의 아르페쥬가 있다.

설레이는 봄. 이성친구가 없는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향에는 프루티 계열이 제격이라고. 프루티 계열은 감귤향 같은 달콤한 과일 향이다. 대표적인 향으로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인칸토 참, 돌체앤가바나의 라이트블루, 이브생로랑의 인 브어 어케인 등이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향으로 접근한다?”

길을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좋은 향에 끌려 뒤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정 원장은 “굳이 의사소통을 하지 않더라도 향 자체만으로 충분히 상대방에게 끌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 원장은 이를 “향은 제 2의 언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주로 좋아하는 남성 향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 원장은 주로 허브향 계열로 이루어진 다비도프의 쿨워터 포맨, 불가리의 불가리 블루, 기라로쉬의 드라카누아를 추천했다. 반대로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성 향수로는 겐조의 플라워 바이 겐조, 랑방의 에끄라 드 아르페쥬, 샤넬의 No.5 등을 추천했다.

향은 이성의 관심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끈다.

정치인들도 향수를 사용한다. 정 원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 측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개인맞춤 향수를 주문했다고. 선거캠프 측에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의 향을 주문했다고 한다. 정 원장은 “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라벤더 향, 그리고 남성들에게는 잘 쓰이지 않는 달콤한 화이트머스크 향으로 대중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향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가수 비, 신화 등 유명인의 향수를 맞춤 주문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향은 보이진 않지만 향을 지닌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정 원장은 설명한다.

“향수를 즐기고 싶다면”

향수를 평소에 뿌리지 않다가 집에 뒹굴고 있는 향수를 대충 뿌리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뿌리든 뿌리면 향수지’라고 생각한다면 실수라는 것이 정 원장의 시각.

각자에게 어울리는 향이 있다. 성격별로 나누어 보면 자연스럽고 개방적인 사람은 나뭇잎, 풀, 초원을 연상시키는 풋풋한 그린 노트의 향, 귀엽고 애교가 많은 여성스러운 사람들은 프루티, 플로럴 계열의 향. 리더형인 개성 강한 사람들은 지적인 향 또는 유니섹스 향이 어울린다고 정 원장은 추천했다.

그 날의 스케줄이나 복장, 기후, 상황 등에 따라 옷처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계절마다 어울리는 향을 다음과 같이 추천했다. 따뜻한 봄에는 여러 가지 꽃이 있는 정원의 느낌을 주는 그린플로랄 향 계열(그레의 카보틴, 까사렐의 아나이스아나이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느낌을 주는 마린 계열(이세이미야케의 로디세이)과 투명하고 파란 물빛의 느낌을 주는 시트러스 계열(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티). 선선한 가을에는 나뭇잎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이른 새벽 숲 느낌을 주는 시프레 계열(샤넬의 샹스, 크리스챤 디올의 미스디올). 추운 겨울에는 동양의 신비적인 뉘앙스와 관능적, 화려한 느낌을 주는 오리엔탈 계열(겔랑의 삼사라, 캘빈클라인의 유포리아)을 추천했다.

이처럼 많은 향들이 있지만 같은 향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체취가 있기 때문이다. 향수와 체취가 어우러져야 자신만의 향기가 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만의 ‘수호천사’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향이 각자의 경쟁력과 자신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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