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의 봄, 클래식에 물들다

  • 입력 2009년 4월 13일 12시 13분


구로의 봄이 클래식에 물든다.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이 5월을 맞아 ‘클래식 4종세트’를 선보인다. 하나같이 놓치기 싫은 ‘중독성’ 강한 공연들이다.

5월 12일 화요일에는 이구데스만과 주형기의 ‘클래식 코믹 퍼포먼스’로 4부작의 문을 연다. 타이틀에서 풍기듯 클래식의 엄숙주의에 대한 발칙한 도발이다.

연주회가 시작된다. 장엄한 음악이 흐른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허용하지 않는, 숨 막히는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느닷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드디어 ‘광란’의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이올린 주자는 조율하다 잠이 든다.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니 피아노가 잠겨있다. 황당하게도 신용카드를 넣으라고 요구한다. 진공청소기가 바이올린 연주자의 활을 삼켜 버리고, 피아니스트는 뭔가를 먹어가며 피아노를 거꾸로 뒤집은 채 연주한다.

자, 여기까지.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은 스포일러의 오명을 쓸까 두렵다.

웃기고 기발하다고 해서 ‘3류 클래식공연’이라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세계적인 명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를 비롯해 나탈리아 구트만, 야니네 얀슨, 줄리안 라클린 등 저명한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축제에 두 사람을 초대했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각지에서 이들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래식 코믹 퍼포먼스’로 귀와 감성을 마음껏 이완시켰다면 5월 13일에는 정통 클래식을 만나보자.

이 시대 최고의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로 각광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슐로모 민츠가 무대에 선다. 파가니니 전문가라는 말은 곧 기교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뜻과 통한다. 민츠는 ‘기교파=얼음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든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기교 속에 미려한 시적 음색을 담을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참으로 드물다.

이 참에 민츠의 ‘따뜻한 기교’를 감상해 보자. 이번 무대에서 그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파가니니의 곡을 프로그램에 올렸다. 좀처럼 실황으로 듣기 힘든 파가니니의 ‘24카프리스’ 전곡이 연주된다.

5월 15일 금요일에는 봄의 6중주가 울려 퍼진다. 멤버가 더 없이 화려하다. 마치 클래식 음악계의 한국 대표팀을 뽑아 놓은 것만 같다.

조영창과 양성원(첼로), 이경선(바이올린), 김영호(피아노), 최은식(비올라)의 라인업에 공연 때마다 여성팬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송영훈(첼로)이 가세했다.

여기에 외국 연주자인 비비아네 하그너(바이올린), 주피터 콰르텟이 양념을 더 한다.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아렌스티 ‘피아노 삼중주 작품32’, 브람스 현악6중주 1번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시리즈의 마침표는 앙상블 ‘누벨 제네라시옹 드 파리’가 찍는다.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 중인 차세대 아티스트들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등 프랑스 메이저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동양인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2005년에 창설된 ‘싱싱한’ 팀이다.

프랑스 유학파로 콜린 데이비스, 정명훈, 니메 야르비 등을 사사한 지휘자 박지용이 지휘봉을 잡는다. 협연자로는 역시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주희(플루트)가 나선다. 버르토크의 ‘로맨틱 포크댄스’, 엘가 ‘세레나데 e단조’, 보르네 ‘플루트를 위한 카르멘 환타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를 연주한다.

구로아트밸리는 이 밖에도 개관 1주년을 기념해 EBS 인기 애니메이션을 연극으로 꾸민 ‘빠삐에 친구 잃어버린 글씨’, ‘하춘화 효 콘서트’, 가족 발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봄 내음 가득한 재즈 ‘나윤선&울프바케니우스 듀오 콘서트’, 전시회 ‘노래하는 눈’을 차례로 선보인다.

공연문의 : 구로아트밸리 02-2029-170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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