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가 ‘우리나라(러시아) 최고의 합창단’이라 칭송해 마지않은 볼쇼이합창단은 1928년에 창단됐다. 올해로 81주년이니 전통을 앞세우는 어지간한 오케스트라보다 연륜이 깊다. 괜히 ‘전설’이 아닌 것이다.
광활한 대지의 울림을 전하는 러시아, 아니 세계 최고의 합창단. 프로코피예프의 오라토리오를 세계 초연한 볼쇼이합창단은 음악사의 한복판에 우뚝 선 합창의 제왕이다.
우리들에게 볼쇼이합창단은 뜻 깊은 인연이 있다. 88올림픽 때 ‘구소련 문화사절단’으로 초청돼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당시 국내 음악팬들은 말로만, 음반으로만 듣던 이들의 깊고 풍부한 하모니에 가슴을 녹이며 혀와 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5월 17일 볼쇼이합창단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민요, 종교음악을 넘나들며 무려 5000여 곡의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이들이 한국 음악팬들을 위해 스물 두 곡을 골랐다. 라흐마니노프의 ‘하나님을 찬양하라’, 피아졸라 ‘안녕 나니노’,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 등이 1부에 불린다.
2부는 좀 더 친숙하다. 내한 공연 때마다 한국가곡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국내 팬들을 감동시켰던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남촌’과 ‘청산에 살리라’로 2부를 연다. 볼쇼이합창단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백학’과 ‘검은 눈동자’ 역시 2부에서 들을 수 있다.
친절한(?) 볼쇼이합창단은 한국 관객을 위해 앙코르 보따리도 푸짐하게 싸들고 온다는 후문이다. 2부 공연이 끝나면, 이들의 노래에 감명 받았다면(물론 그렇게 되겠지만) 모처럼 씩씩하게 기립박수를 보내도 좋겠다. 운이 좋다면 우리들 귀에 너무도 친근한 ‘백만송이 장미’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레프 칸타로비치가 지휘를 맡는다. ‘지한파’로 잘 알려졌던 루드밀라 예르마코바에 이어 볼쇼이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레프 칸타로비치는 현 러시아연방공훈예술가이며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합창교수이기도 하다.
5월 17일(일) 2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뮤직쥬 엔터테인먼트 02-927-2848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