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남쪽에 있는 상크트 안네 광장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 지난해 4월 완공된 새 오페라 하우스와 왕립극장 건물이 흐르는 바닷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연회색 오페라하우스와 검붉은 빛깔의 왕립극장은 이 도시가 새로 얻은 문화 상징물이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은 대부분 육중한 창고다. 왕립극장을 설계한 룬고르&트란베르 건축설계사무소는 “이 창고 건물들의 외관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검붉은 벽돌로 표면을 둘러싼 이 직육면체 건물은 음악과 공연을 품에 감춘 커다란 동굴 같은 인상을 준다. 해질 무렵 석양과 외부 조명을 함께 받은 외벽에서는 강렬한 붉은 빛의 ‘예술 에너지’가 느껴진다.
설계자는 공연 관람객과 1층 레스토랑 손님을 위한 고급스러운 내부 공간만큼 풍성한 외부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무뚝뚝한 창고 건물들 사이를 걸어온 행인들은 이 건물 앞에서 바닷길을 따라 길게 놓여진 널찍한 나무 바닥 산책로와 소박한 난간을 만난다. 기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건물 쪽으로 다가간 모든 사람이 잠시 이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떠나갔다. 건물 상층부에 돌출된 필로티 카페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방문객과 산책로에 나앉은 행인은 똑같이 이 왕립극장 건물의 소중한 손님이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