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2명이 당겼다 놓았다 직접 수작업
뮤지컬 ‘스노우맨’이나 ‘피터팬’에서 무대 위를 날아가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는가요? (김주열·32·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허공을 비행하는 장면은 영화 특수효과로 익숙한 와이어 액션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기계장비를 사용하는 영화와 달리 무대에서는 ‘플라잉 크루’라고 불리는 스태프가 직접 밧줄을 잡아 당겼다 놓으며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수(手) 작업의 산물입니다.
우선 비행장면을 위해서 배우들은 공중의 와이어와 연결된 하니스(harness)라는 특수의상을 입습니다. 바지 형태나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원피스 수영복 형태로 된 이 옷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된 와이어와 연결됩니다. 이 와이어는 다시 무대 천장에 설치된 도르래와 연결됩니다. 이 도르래는 다시 상하 움직임을 조종하는 밧줄과 좌우 움직임을 조종하는 밧줄 2개로 연결됩니다. 밧줄 하나에 한 명의 플라잉 크루가 달라붙는데 한 명은 상하 움직임을 조종하고 다른 한 명은 좌우 움직임을 조종합니다. 결국 배우 1명당 2명의 플라잉 크루가 붙어서 3명이 마치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춰야 자연스러운 비행장면이 연출됩니다.
이때 배우가 특정 신호를 보내는 것이 관객에게 노출되면 신비감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플라잉 크루가 배우의 동작이나 음악의 흐름에 맞춰서 와이어를 당기고 푸는 게 관건입니다. 피터팬이 무대에서 객석 한복판까지 날아가는 뮤지컬 ‘피터팬’의 비행장면은 객석 천장에 도르래를 설치하고 10m가 넘는 와이어를 무대 옆에서 조종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플라잉공연 전문팀 ZFX의 손길이 있어 가능했다고 합니다.
스노우맨과 소년 제임스가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가는 ‘스노우맨’ 비행 장면에서 어려운 점은 듀엣의 비행 높이를 나란히 맞추는 것입니다. 그 비법은 4명의 플라잉 크루가 무대 양옆이 아니라 한쪽에 모여서 한 호흡으로 와이어를 조종하는 것입니다.
특수조명도 중요합니다. ‘스노우맨’의 비행장면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효과를 입체적으로 내기 위해 무대 쪽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객석 쪽으로도 도트(dot) 조명을 쏘는데 이 조명이 와이어를 자연스럽게 감춰줘 환상적 비행이 연출됩니다.
비행장면을 연기하는 배우의 어려움은 뭘까요. 국립극장에서 최근 공연한 연극 ‘새 새’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직녀 역을 연기한 하미희 씨는 플라잉 전문배우입니다. 하 씨의 설명에 따르면 체중에 비례해 속살로 파고드는 하니스의 고통을 이겨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하 씨는 “초보자가 하니스를 착용하고 공중에 뜨면 사타구니가 아프고 피부가 쓸려서 몸을 꼿꼿이 세우기조차 힘들다”며 “매일 4, 5시간씩 일주일은 연습해야 자연스러운 비행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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