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계는 2001년부터 정부 주도 아래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을 진행 중이다. 고대 유적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문명의 기원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속셈은 탐원공정을 통해 신화시대인 기원전 3000년경의 오제(五帝)시대까지 문명의 기원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중국의 영토에서 발굴된 모든 유적을 중국의 역사에 편입해 조망한다는 점이다. 해석에 따라 주변국가의 상고사를 침해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한국의 고대사 연구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탐원공정의 결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짚은 ‘중국 문명탐원공정과 선사고고학 연구현황 분석’이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나왔다. 박양진 충남대 교수는 ‘중화문명탐원공정과 고고학문화 계보 연대의 연구현황과 문제점’에서 “탐원공정의 연구대상 시기는 기원전 3500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갔다”면서 “신석기 문화와 전설상의 동이(東夷) 황제(黃帝) 등을 연관지은 책도 최근에 나왔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또 “최근 연구자들은 중국의 소수 민족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중화민족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과거에는 중국 영토가 아니었던 지역의 문명까지 끌어들인다”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토대로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대영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는 ‘중화문명탐원공정의 연구동향과 전망’에서 “자연환경이 중원지역 문명에 미친 역할을 분석하는 게 최근 경향”이라면서 “기원전 2000년경 기온 하강 현상이 중원을 제외한 주변의 신석기문화를 쇠락시켰고 중원에선 하왕조가 출현했다는 주장이 최근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성구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중화문명탐원공정 예연구와 제1단계의 취락형태에 반영된 사회구조 과제에 대한 연구’에서 “중국 연구자들은 뚜렷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중원지역의 유적지를 초기문명 형태로 규정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