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명화 여행] 밴드 보드카레인의 안승준이 본 ‘움직이는 물’

  • 입력 2009년 4월 16일 07시 18분


봄비처럼 시나브로 내게 온 너… 내 마음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만약 보드카가 4월의 봄비로 변해 내린다면? 보드카레인(vodkarain)에 취하면 ‘숙취’는 어떻게 해결하지? 신곡 ‘숙취’를 발표한 모던록 밴드 ‘보드카레인’, 술이 비로 내린다는 설정으로 밴드 이름을 지었다.

보컬 안승준(31)은 서울대 미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클림트와 클림트 제자 에곤 실레를 동경하는 미술학도였다. 꼬마일 때 피카소 그림을 보다가 “저 그림은 아이가 그린 거야?”라며 부모에게 묻기도 했고,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겠다는 오직 그 일념만으로 오스트리아로 떠나기도 했다.

○안승준이 본 작가 클림트는…

“미술 하는 사람들은 ‘자기 선을 갖고 있다’는 말을 쓴다. 클림트의 드로잉을 보면서 명확하게 선을 가진 걸 느꼈다. 스타일을 찾기 전에 무던히 연습한 화가다. 흔히 클림트의 후기작들을 보면 뭔가 파괴하고 변형하는 걸로 인식해서, 무협지로 따지면 정통파와 사파 중 사파로 이해하는데 드로잉 연습은 제대로 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재라는 말을 쓰지만, 실제로 기본적인 노력들이 천재를 만들어낸다.”

○클림트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은…

“‘움직이는 물’의 여체를 보면 하나하나 관절이 아름답다. 정말 유려한 곡선이 아닌데도 묘하게 아름답다. 인체 각도가 말이 안 되고 구도가 매치가 잘 되어 있지 않음에도, 오히려 에로티시즘을 잘 표현했다. 예쁘게 그리지 않았는데 더 섹시하다. 사람들은 그림은 항상 예뻐야 하고 실물과 비슷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클림트는 마음안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했다. 예쁜 것만 좋은 게 아니다. 사람들이 이런 그림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

○클림트 그림의 에로티시즘이란…

“말 그대로 욕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념적으로 접근하지만, 클림트 그림은 개인적 욕망이 가득 찬 그림이다. 미술사에서 개인의 욕망이 작품에 드러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신이나 귀족의 소유물을 그리거나 국가에서 말하는 것들을 그렸는데, 클림트나 에곤 실레는 손 하나를 그릴 때도 자신의 욕망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술 전공이 음악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

“학문 자체가 도움이 된다기보다… 아름다움을 향해 촉수가 나와 있는 편이다. 표현과 소통을 해야 하는 미술이 음악 할 때 끈기 있게 고민하는 버릇으로 남아있다. 좌절하지 않고 자기표현에 대해 생각한다. 클림트는 영국의 윌리엄모리스(디자인으로 예술운동을 했다) 못지않게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사회적 활동도 하면서 개인적인 작품 활동도 계속 했다. 대중과의 소통도 바라면서 작품 고민도 하고 미술도 병행할 생각이다. 클림트에게 개인적으로 와 닿은 부분이다.”

안승준은?

밴드 ‘보드카레인’의 보컬, 디자인과 금속 공예를 전공했다. 아트 디렉팅, 음반재킷 디자인도 한다. KBS FM 라디오 ‘홍진경의 가요광장’의 ‘달자와 문자 SHOW’ 화요일 고정패널로 출연 중이다. 3장의 앨범을 발표, 디지털 싱글 ‘숙취’로 활발히 활동. 24일 홍대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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