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기와 인체의 기는 다르지 않다.
자연은 이 기의 오르내림과 들고남에 따라 계절의 질서가 변화 유지되는 것이다. 사람은 이 기를 오장육부, 사지(四肢), 백해(百骸 : 몸에 있는 모든 뼈), 경락(經絡)을 따라 온 몸에 받아들여 생명현상을 유지한다.
이와 같이 생명의 원천인 대기를 한껏 받아들여서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전달하고 노폐 가스를 몸 밖으로 내버리는 행위, 즉 몸에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을 버리는 과정을 우리는 호흡, 숨이라고 부른다. 옛사람들은 살아있다는 것을 ‘숨을 쉬고 있다’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죽었다는 것을 ‘숨졌다’고 하고, 죽이지 말아 달라는 것을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영혼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영어 ‘spirit’도 그리스어로 숨을 뜻하는 ‘spiritium’이 어원이다.
아기가 막 태어나서 세상에 나왔을 때, 기능적으로는 사실 엄마 몸의 일부에 불과하다. 태어나 첫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비로소 독립된 개체로 인정할 수 있다. 그 아기가 터트리는 첫 울음이 바로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접혀 있던 폐가 활짝 펴져 우주의 원기(元氣)를 받아들이는 과정, 숨이 시작되는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생명의 원천인 숨을 담당하는 폐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탄산가스를 버리고 산소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혈관 속의 적혈구는 폐가 받아들인 산소를 신속히 몸의 여러 장기로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폐가 건강하면 적혈구와 백혈구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빈대로 폐에 열이 쌓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적혈구와 백혈구의 활동력이 떨어져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폐는 여러 장부(臟腑) 중에서 으뜸 장부이기 때문에 폐 기능의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다.
심폐기능이라는 단어가 증명하듯이 폐는 심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전에는 오행상생설(五行相生說)에 의해서 오장(五臟)을 동등한 존재로 보았으나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폐가 좋아지면 심장, 대장, 신장 등 다른 장부의 기능도 원활해진다.
어쨌든 우리 한국 야구가 이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수와 국민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바로 기(氣)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은 우승했지만 힘겨운 우승이었고, 한일전에서 혼쭐이 났기 때문에 기가 죽어 있는 것이다. 더구나 WBC에 이어 벌어진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차로 제치며 우승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는 더욱 생생하다.
경제 불황의 골이 깊어만 가며 좀체 나아질 줄 모르고 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간만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이며,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반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기죽으면 안 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들이닥쳐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한, 스포츠에서의 짜릿한 역전승과 같은 희열이 곧 다가올 것이다.
<편강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