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매한 ‘더블유앤드웨일(W&Whale·사진)’의 1.5집 ‘랜덤 태스크스(Random Tasks)’는 묘한 구석이 있다. 윤상 DJ클래지 등 실력파 뮤지션과 공동 작업한 리믹스(remix) 앨범인가 했더니, 타이틀곡 ‘하이스쿨 센세이션’ 등 신곡은 그들을 알린 1집의 인기곡 ‘R.P.G. 샤인’만큼 산뜻하다. ‘임의대로의 과제’란 제목은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뜻하는 걸까.
“그런 의미도 있죠. 사실은 최근에 현대 미술가들의 프로젝트 성 전시회에 참여했습니다. 그 전시회 제목이 랜덤 태스크스였어요. 앨범 재킷에 쓰인 그림들도 모두 전시회 작품이고요. 1.5집은 그 문화적 영향이 담긴 겁니다.”(배영준)
미술적 감흥을 음악으로 옮긴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더블유앤드웨일은 원래 이런 성향이 강했다. 멤버 한재원은 미술을 전공했다. 이들은 “1집에도 문학 영화 만화 등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면서 “다양함을 추구하는 정신이 우리 밴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멤버 4명 모두 개성이 강해요. 서로 닮은 점이 없을 정도로. 근데 공통점은 있어요. 자기와 다른 걸 배척하지 않고 알고 싶어 합니다. 더블유앤웨일은 그 독특한 융합의 결과예요. 애매하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하지만 모두와 닮은.”(한재원)
타이틀곡 역시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리드’적이다. 장르를 따지기 어렵다. 빠른 템포지만 가사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고등학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런데 묘하게 활기가 가득하다. 이들은 “현재 한국은 모든 구성원이 고교생처럼 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회가 됐다”면서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갖고 힘을 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