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세금으로 ‘공짜점심’ 먹는 자 누구인가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프리 런치/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 김진미 옮김/512쪽·2만1900원·옥당

“공공의 부 압류한 소수부자의 잔치”

빈익빈 부익부 美경제의 불편한 진실

198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배 이상 성장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5배 이상 증가했고 주택의 총가치는 약 2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살림살이는 이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1979년 전체 노동자의 27%에서 2005년 25%로 감소했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지난 30년 동안 시간당 33센트 오르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공짜 점심(Free Lunch)’에서 이유를 찾아냈다.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지만 그 비용에 따른 혜택은 엉뚱한 쪽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저자는 1991년 7월 플로리다발 뉴욕행 여객열차의 탈선 사고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공짜 점심’의 현실을 짚었다. 선로변경장치의 고장으로 여객열차가 탈선하는 바람에 8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폴 팰렁크라는 사망자의 부인은 보상을 거부하고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장의 선로 관리를 맡고 있던 미국의 화물운송기업 CSX의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CSX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지보수 인력을 줄였고, 그 바람에 선로변경장치의 결함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함으로써 사고가 난 것이었다. CSX에 5000만 달러를 보상하라는 평결이 내려졌지만 정작 CSX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여객운송을 담당하는 철도 공기업 앰트랙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연방법상 앰트랙은 여객 운송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었다. 정치인들이 화물운송업체들에 유리하도록 연방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CSX는 공짜 점심을 먹었고, 그들의 점심값은 우리가 낸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 구단주들도 공짜 점심을 누리는 측에 속한다. 2005년 7월 뉴욕 브롱크스에 있던 공원 2곳이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새 경기장 건설지로 결정됐다. 시 당국은 새 경기장 건설로 수천만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익이 브롱크스 주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단주를 비롯한 소수의 부를 늘려주기 위해 공공의 부를 압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공짜 점심 사례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년간 공동 소유했던 프로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도 등장한다. 레인저스를 공동 인수할 기회가 왔을 당시 큰 부자가 아니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인수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레인저스를 다른 시로 옮길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면서 시당국에 정부의 토지수용권을 통해 용지를 매입하도록 유도했다. 그런 뒤 레인저스는 무이자의 조건으로 경기장을 빌려 쓰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저자는 “억만장자인 스포츠 구단주들은 경기장 건설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데다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보조금까지 얻어 낸다”면서 “결국 그들은 납세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를 한 번도 관람해본 적이 없는 다수가 그들의 부를 늘려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비보안업체들도 도마에 올랐다. 도난경보기를 설치하고 모니터하는 업체들은 경보기가 울리면 경찰에 신고하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경찰이 경보를 확인하러 갈 때마다 5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 경보기업체들은 이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으면서 수익을 올린다. 결국 경찰 활동에 들어가는 세금이 이들 업체를 위한 보조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공짜 점심의 증가에 따라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곳이 로비 업계다. 1975년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은 수수료로 1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벌었다. 따라서 수수료가 경제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면 로비스트들은 2006년에는 약 2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6년 현재 워싱턴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3만5000명으로 2000년 당시의 2배로 늘었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정부는 최대 목적이 경제적 이득인 것처럼 행동해 왔고, 정부가 점점 더 부에 집중함에 따라 지도자들의 시야에선 국민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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