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고독한 결단, 미래를 밝히다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ML 첫 흑인 영입… 목숨과 바꾼 백신…

◇고독한 리더를 위한 6가지 결단의 힘/존 매케인, 마크 솔터 지음·안혜원 옮김/33쪽·1만8000원·살림Biz

《어려운 결정은 모든 결과를 검토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자기계발서로 여기는

독자가 많겠지만 이 책은 정확한 상황 판단과 용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브루클린 다저스 감독 시절인 1945년 미국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흑인 선수를 영입한 브랜치 리키는 상황 인식이 철저한 인물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인종차별 규정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흑인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더라도 ‘니그로리그’로 불린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뛰던 시절, 그는 흑인 선수를 ‘꿈의 무대’에 올리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우선 시기를 살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야구계는 인적자원 고갈에 허덕이고 있었고 마침 인종차별폐지론자였던 전 상원의원 챈들러가 1944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됐다. 팀 이사진을 설득한 그는 흑인 선수와의 계약을 ‘능력 있는 선수 영입’과 ‘흑인 관중 유치’를 위한 차원이라고 선전했다. 그렇게 영입한 인물이 훗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재키 로빈슨. 그는 로빈슨을 메이저리그에 올리기 전에 흑인 선수가 겪어야 할 온갖 모욕과 수난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절대로 정면으로 부닥치지 않도록 교육까지 했다.

‘보잉707’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보잉사의 역작 KC-135를 개발한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맥퍼슨 앨런은 미래를 내다보고 결단을 내렸다. 1945년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주문이 들어오면 비행기를 생산하던 관행을 벗어나 시장수요를 예측해 미리 비행기를 만든 최초의 인물이었다. 비행기로 여행하는 일이 드물던 1954년 기존 비행기보다 빠르고 항속거리가 긴 여객기로 개발한 비행기가 KC-135. 이 기종의 시험비행이 성공하자 급유비행기로 쓰겠다는 공군의 주문을 시작으로 항공사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KC-135를 항공사의 주문에 맞춰 더 넓고 길게 만든 비행기가 보잉707이다. 당시 운항고도가 가장 높고 비행거리가 가장 길며 가장 빠른 제트여객기였다. 탑승인원은 경쟁사 기종의 두 배인 200명. 보잉707의 대중화로 해외여행이 급증하자 그보다 2.5배 더 큰 초대형 제트여객기 보잉747을 만든 사람도 앨런이었다.

1926년 ‘장거리 수영계의 에베레스트’로 불리는 영국해협을 신기록인 14시간 31분 만에 건넌 미국의 여성 수영선수 거트루드 에이덜리는 결단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죽음과 싸웠다.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세계신기록을 세운 미국 최고의 수영선수 에이덜리는 영국해협을 헤엄쳐 건넌 최초의 여성이다. 1925년 첫 도전에서 실패한 그가 다음해 재도전에 나섰을 때 런던 도박사들의 베팅은 성공 대 실패 확률이 ‘1 대 6’이었다. 파도와 맞서 10시간 이상 헤엄을 친 그는 이제 그만 물에서 나오라는 코치의 만류에 “왜요(What for)?”라고 되물으며 정신을 잃기 직전 뭍에 닿았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그를 ‘미국 최고의 여성’이라고 했고 그가 살던 뉴욕 사람들은 ‘바다의 여왕’ ‘왜요 아가씨’로 불렀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내과 과장 제스 래지어는 황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연구에 목숨을 걸기로 결단했다. 간이 손상되고 내출혈과 황달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환인 황열은 20세기 전 미국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한 가지였다. 26세에 의학박사 학위를 딸 정도로 유망한 의사였던 그는 황열이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미군이 구성한 황열위원회의 일원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황열로 숨지는 미군이 많았던 쿠바에 가서 직접 모기에 물려 병에 감염됐다. 그는 1900년 34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의 연구팀은 백신을 발명했다.

미국 대통령 최초로 인종차별을 조사하는 대통령민권위원회를 만든 해리 트루먼, 소련체제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결단을 내린 솔제니친, 2차대전 때 영웅적인 지휘를 보여준 윈스턴 처칠 등 10여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8년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저자가 2007년 낸 책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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