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설 문학상 7개중 5개가 상금 1억원…이상과 현실사이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김주혁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세계문학상을 받은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소설을 토대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거액을 내건 문학상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주혁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세계문학상을 받은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소설을 토대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거액을 내건 문학상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억!억!

거액 내걸어 창작욕 북돋워

영화-드라마로 활로 개척도

헉헉…

응모작 수준은 제자리

당선작 못내 중단하기도

최근 대한민국문학·영화콘텐츠 대전이 신설되면서 억대 상금을 내건 문학상이 또 생겼다. 살림출판사와 영화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원 소스 멀티유스’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 문학상의 상금은 장편소설이 1억 원, 청소년 문학부문은 5000만 원이다.

대한민국문학·영화콘텐츠 대전 외에도 문사장편소설상(1억5000만 원·문학사상사)과 멀티문학상(1억 원·위즈덤하우스)이 올해 첫 공모에 들어갔다. 이처럼 최근 거액을 내건 문학 공모전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로, 네오픽션상(5000만 원·자음과 모음) 등 올해 첫 당선작을 발표하는 문학상만 7개. 이중 5개가 상금 1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문학상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을 내지 못하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계간 ‘문학의 문학’이 상금 5000만 원을 내걸고 제정한 ‘문학의 문학 장편공모상’은 2007년 첫해 당선작을 내고 지난해 2회 당선작을 내지 못하자 공모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1억 원 고료를 내건 뉴웨이브 문학상이 당선작을 내지 못한 것을 비롯해 최근 5년간 당선작을 한 번이라도 내지 못한 문학공모전은 문학동네 작가상, 문학수첩 작가상, 사계절 문학상 등 7개에 이른다. 장편 문학에 역량을 갖춘 응모자가 한정된 데 비해 문학상만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학공모상은 2005년 문학상 최초로 억대 상금을 내건 세계문학상이 박현욱 백영옥 씨 등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인이나 기성 작가의 구분 없이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상금 1000만 원 이상의 문학상은 현재 20여 개에 이른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동아장편문학상(1968년), 오늘의 작가상(1977년), 문학동네 소설상(1995년), 문학동네 작가상(1996년) 정도였던 데 비하면 4∼5배 늘었다. 이 문학상들의 응모작은 평균 90여 편이고 평균 상금은 5500만 원이었다.

거액의 문학상은 상금 자체로 주목을 받으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원 소스 멀티유스’를 도모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응모작의 수준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단의 진단이다. 문학공모전을 실시하는 한 문학계간지의 주간은 “한 작품을 여러 문학상에 계속 내는 응모자가 많아 같은 원고가 몇 년째 돌기도 한다”며 “편수는 증가해도 괜찮은 ‘신작’이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억대의 고료에도 불구하고 문학상들이 차별화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청소년문학상, 장르문학상, 멀티콘텐츠 문학상 등을 표방했지만 심사위원 구성은 엇비슷하다. 지난해 문학상 심사에 참여한 45명의 심사위원 중 2번 이상 참여한 위원이 12명이었다.

소설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 소설가는 “새로운 장르나 발상의 작품을 뽑겠다는 취지를 지닌 문학상들도 이전과 비슷한 심사위원과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신선한 시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뽑으니 거액의 상을 타고도 조용히 사라지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대중과 호흡할 루트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제 발생기는 지났으니 상업적 획일성을 넘어 한국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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