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하이라이트]‘수다’는 약해지고 ‘미녀’만 남나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8분


‘미녀들의 수다’ 소재 고갈에 시청률 뚝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5분 KBS2에서 방송하는 ‘글로벌 토크쇼-미녀들의 수다(미수다·사진)’는 국내 오락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명절 장기자랑이나 재연프로그램에서 고정된 이미지로 보여주던 외국인을 생생하고 현실적 캐릭터로 살려냈으며, 외국인이란 제3자의 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매력과 문제점을 함께 짚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에 시작해 만 2년 6개월이 넘은 미수다는 최근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시청률이 하락세다. 한때 평균 시청률 15% 이상을 올리며 월요일 밤의 강자로 군림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13일과 20일 각각 8.1%, 8.5%에 그쳤다. 같은 토크 프로그램인 MBC ‘놀러와’와 SBS ‘야심만만2’와의 경쟁, 미수다 직전에 방영하는 드라마 ‘남자이야기’의 시청률 부진 탓도 있지만 미수다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20일 방송된 124회를 보자. ‘한국과 180도 다른 외국문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얘기는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 많았다. 일본 출연자인 사유리와 리에가 얘기한 ‘일본에서는 멋진 남자를 개에 비유한다’는 내용은 미수다에서 이미 나왔던 에피소드. 유프레시아가 얘기를 꺼내고 여러 미녀들이 공감한 ‘외국에서는 중하층이 시내 아파트에, 부유층은 교외에 산다’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등장했던 내용이다.

전체 주제 역시 신선하지 않다. ‘한국과 다른 외국문화’는 미수다가 출범한 이래 줄곧 다뤄온 내용이다. 13일 방송의 주제였던 ‘꼭 밝혀내고 싶은 한국의 미스터리’는 제목은 그럴 듯 했으나 늘 등장하는 존댓말과 호칭 문제, 미신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또 프로그램에서 ‘수다’는 약해지고 ‘미녀’만 남는 분위기다. 콜롬비아 출신 출연자 나탈리아가 배우 김태희를 닮았다는 가십이나 비앙카, 유프레시아, 도미니크 등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한다. 최근엔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의 재미나는 말투에 초점을 맞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물론 출연자들이 한국어에 서툰 한계도 있고 2년 6개월 동안 웬만한 주제는 다 다룬 고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색깔을 저버리고 다른 예능프로그램처럼 말장난에 집착하거나 출연자의 미모에 신경 쓰는 우를 범하진 말길. 과거 루베이다나 레슬리 등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뼈아프게 지적하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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