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검찰이 소환하면 가야할 수 밖에…”

  • 입력 2009년 4월 24일 10시 58분


가수 신해철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수 신해철
동아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오라 하면 가야할 수 밖에…"

북한 로켓 발사 축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수 신해철 씨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24일 출연 "법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인데 그래도 오라 그러면 가야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 단체들은 17일 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씨는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 줄 예상하지 못 했다"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적대시할 뿐만 아니라 파멸시켜버려야 된다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로켓발사에 성공했음을 민족의 일원으로 축하한다' 발언에 대한 해명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이 정도 경제력과 고통스러운 민주주의의 성장을 통해서 자리가 여기까지 왔으면, 언제까지나 북한을 적으로, 총을 들고 쏴 죽여야 될 대상으로 이렇게 생각해서는 우리는 통일로 못 간다"는 뜻으로 우리 내부의 모습을 비꼰 것이라고 말했다.

논리가 아닌 독설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을 조근조근 설득해야 되는 그런 직업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자면 시 쓰듯이 갈겨쓴다"고 답했다. 이어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과의 난타전이 보기 안 좋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늘 말이 고운 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생각을 하고 사회와 의견을 주고받고 이런 모든 것이 음악에 해당되기 때문에 입을 아예 다물고 생각을 잠근다면 음악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발언을 계속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인터넷뉴스팀

아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전문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요즘 논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그야말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가수 신해철 씨를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자신의 홈페이지에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음을 민족의 일원으로 경축한다' 이런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보수단체들이 신해철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을 했고,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이 신해철 씨에게 '북으로 가라' 이런 독설을 했습니다. 그 후에 신해철 씨가 '송 의원은 일본 천황 밑으로 가라' 응대를 하면서 두 사람의 홈페이지가 다운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수 신해철 씨 직접 만나보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이렇게 고발사태가 일어나고 송영선 의원과 논쟁이 일어나고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애초에 예상을 하셨어요, 이런 상황?

◆ 신해철

글쎄요. 홈페이지에 글을 썼을 때는 설마 이 정도의 사안 가지고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구느냐 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 김현정 / 진행

예상을 못 하셨던 거군요.

◆ 신해철

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 신해철

네.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지금은?

◆ 신해철

(웃음)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지금 북한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들이 아직도 국가 내에 심각하게 잠복해 있다라는 그런 사태를 드러내주는 거 같아서...

◇ 김현정 / 진행

민주주의의 적들?

◆ 신해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가 머리 속에서 하고 싶은 생각에 대해서 침해를 받거나 제한을 받지 않는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면 상대방을 적대시할 뿐만 아니라 파멸시켜버려야 된다는 식의 멘트를 날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상대방을 파괴할 힘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그런 사람들 존재자체가 자기들 말마따나 '바퀴벌레'라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일단 서울중앙지검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고발이 들어간 부분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신해철 씨를 소환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당당하게 응하실 생각이십니까?

◆ 신해철

그거 뭐 귀찮아 죽겠습니다만 법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인데 그래도 오라 그러면 가야죠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냥 여러 번 불려다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글을 보니까 '로켓발사에 성공했음을 민족의 일원으로 축하한다' 이것인데요. 이 부분은 '오히려 비꼬려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명을 하셨더라고요.

◆ 신해철

북한을 비꽜다기보다는 우리의 모습을 비꽜다고 해야겠죠. 두 개로 분리해서 생각해 보죠. 실제적인 문제가 있겠고 그 다음에 긴 차원에서 바라보는 문제가 있겠는데 실제적인 문제로는 1월 25일에 일본에서 발사한 로켓은 십 몇 톤의 짐을 공중에다 부려놓고 왔거든요. 그리고 북에서 발사한 로켓은 100킬로짜리 FM 라디오 하나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런데 양쪽 로켓 모두 다 연료주입시간이 수십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군사용 무기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각 국에서 난리를 친다 그러면 일본에서 난리칠 때는 일본은 뭔가 얻는 게 있으니까 난리를 칩니다. 미국도 이득을 얻는 게 있으니까 난리를 칩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다 북한의 로켓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느냐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 세계가 북한에 그런 과격한 도발에 놀라서 전쟁위협에 떨고 있는 것처럼 정보를 전달받고 있습니다. 이게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으면 그리고 우리가 이 정도 경제력과 이 정도의 고통스러운 민주주의의 성장을 통해서 자리가 여기까지 왔으면, 언제까지나 북한을 우리의 철천지원수로, 적으로, 총을 들고 쏴 죽여야 될 대상으로 이렇게 생각해서는 우리는 통일로 못 간다는 얘기죠.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렇게 저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지 마라' 라고 설득을 한다든가 이런 차원에서 얘기를 나눠야 되는데 대뜸 협박부터 때리고 본다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같은, 사멸된 거나 마찬가지인 법이나 얘기 끄집어내고...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입부터 막으려고 한다' 이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 신해철

네. 협박하고 찍어누르고 이거 이외에는 설득할 능력도 대화를 나눌 의지도 포용력도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얘기죠.

◇ 김현정 / 진행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는 이 부분, 이 부분을 좀 강조하고 싶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신해철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로 북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의 강점이고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악전고투하면서 쌓아올린 민주주의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랑입니다. 그걸 두드려 부스면서 로켓발사 한 방에 다 날릴 필요가 있을까요?

◇ 김현정 / 진행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민감한 사회현안에 입을 열 수 밖에 없는 이유, 그것도 독한 표현방식을 이용하시잖아요? 그 이유는 뭘까요?

◆ 신해철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듣기에 정치적으로 대단히 올바르게 합당한 그리고 온건한 얘기들로 사람들을 조근조근 설득해야 되는 그런 직업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자면 시 쓰듯이 갈겨씁니다. 그리고 그 안에 빈정대는 의미들을 함축시켜 놓으면, 사실은 신해철닷컴이라는 이번에도 아주 작은 제 커뮤니티를 통해서 발표가 됐던 얘기인데 저와 모여있는 사람들하고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자 할뿐인데 그 홈페이지에 있는 얘기를 구태여 두 세시간만에 4대 일간지에 끄집어내서 장황하게 보도하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인 거 같은데. 이번에도 내 버려뒀으면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예. 송영선 의원하고 어쨌든 지금 굉장히 난타전 형식으로 가면서 말입니다. 이런 식의 진흙탕 싸움이면 누가 옳고 그른 걸 떠나서 좀 '질린다, 그만해라' 이런 분들도 계세요. 둘 다 잘못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뭐라고 말씀하시겠어요?

◆ 신해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 진행

송영선 의원께 하시는 말씀이시군요?

◆ 신해철

네. 뭐 처음에 말을 할 때는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그랬다가 받아 쳤더니 '아니 일개 가수 말이야. 자기가 왜 신경을 쓰게 했냐' 그랬다. 그래서 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 됐다가 일개 가수가 됐다가 오락가락해 가지고 헷갈려서 말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이 어떻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싶으세요?

◆ 신해철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을 하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음악을 한다는 것이 콩나물 대가리만을 놓고서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만이 음악은 아니라서 생각을 하고 사회와 의견을 주고받고 이런 모든 것이 음악에 해당되기 때문에 저로서는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문제처럼 입을 아예 다물고 생각을 잠근다면 음악을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가 돼요. 단지 제가 이렇게 시끄럽게 일으키는 소음들이 그냥 단순한 소음들로 끝날 게 아니라 조금 더 생산적인 논의로 연결됐으면 하는 마음인데, 기왕에 이렇게 밖으로 얘기들이 나돌아다닌다면 제 첫째 희망은 사실은 저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음악하게 해 줬으면 하는 거고. 두 번째는 기왕에 소음이 벌어졌다면 조금 더 생산적인 차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차원에서 좀 더 다각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고.

◇ 김현정 / 진행

다각적인 대화, 논의나 토론이요?

◆ 신해철

네. 조금 더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지고 이야기들이 전개가 됐으면 좋겠고요. 옛날 저 반공이데올로기 70년대처럼 '북이 쳐들어온다, 난리가 났다,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 라면 사재기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들 얘기가 안 갔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 진행

이번에 고소고발 사건도 좀 잘 해결이 돼야 될 텐데요.

◆ 신해철

(웃음) 뭐 잘 해결 안 되면 가서 사식이나 좀 먹고 오죠, 뭐.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되는 겁니까? 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뭐 신해철 씨의 개인적인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이었고요. 혹시 이 방송을 듣고 반대 의견이 있으시다면 그 분들의 의견도 수용하겠습니다. 신해철씨, 오늘 고맙습니다.

◆ 신해철

예,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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