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첨단과학의 영역에 있지만 동시에 예술적 창조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기도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부터 영화 ‘아이, 로봇’ ‘아이언 맨’ ‘트랜스포머’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 애니메이션 과학소설(SF) 속의 로봇들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왔다.
이 책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합지대에서 로봇 콘텐츠를 연구해온 김탁환 교수를 비롯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 코그니션 랩’의 연구자들이 문화산업에서의 로봇의 활약상과 의미를 탐색해 놓은 결과물이다. 각 권마다 서사, 퍼포먼스, 교육, 디자인,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는 로봇이 가진 서사적 기능을 고찰했다. ‘터미네이터’ ‘로보캅’부터 ‘월·E’까지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창작된 기존의 로봇 서사물을 분석하고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폈다. 저자는 로봇서사가 매력적인 이유로 로봇이 인간의 조종이 가능한 형태라는 점을 꼽는다. 외계인이나 초현실적 존재와 달리 그것은 사람들에게 우호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라는 전제하에서 서사에 개연성과 현실성을 부여하기에 용이하기도 하다.
‘로봇 선생님 가라사대’는 교사 로봇의 등장이 우리의 교육문제에 어떤 영향과 해법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교사로봇의 전신을 산업용 로봇의 등장에서부터 찾는다. 산업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단순·반복형 산업형 로봇은 정교한 외과시술을 대신해 주는 수술로봇 등으로 발전했고, 사람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애완로봇에서 판소리를 할 줄 아는 안드로이드까지 개발됐다.
이런 발전을 바탕으로 교사 로봇이 탄생했다. 가정교사로봇인 ‘아이로비큐’는 학습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요소가 완벽히 충족되진 않지만 얼굴인식, 사물인식, 음원감지 기능에 따라 상호작용이 가능해 기존의 컴퓨터 기본 교육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현재 개발된 학습용 로봇의 종류와 특징을 살펴본 뒤 좀 더 진보된 기술력으로 가능한 모델들을 제시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의 디자인을 분석한 ‘로봇 디자인의 숨겨진 규칙’,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로봇기술을 소개한 ‘로봇을 향한 열정, 일본 애니매이션’, 춤추고 연기하고 일하는 로봇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 ‘발레리나를 꿈꾼 로봇’이 함께 나왔다.
로봇을 중점적으로 다룬 국내 소설로는 복거일 작가의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가 있다. 로봇 대통령이 선출돼 나라 경제를 되살리거나(‘대통령의 이틀’) 자아와 영혼에 대한 고뇌를 안은 예술가 로봇(‘내 몸의 파편들이 흩어진 길 따라’) 등이 등장하는 작품을 담았다.
‘인터넷 다음은 로봇이다’(배일한 지음·동아시아)는 산업경쟁의 측면에서 로봇을 분석한 책이다. 한국의 로봇 관련 원천기술을 선진국과 비교하고 미래에 개발 가능한 로봇의 종류, 로봇의 등장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을 정리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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