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도 약육강식 논리의 산물”
첫 소설집 ‘나를 위해…’ 낸 정한아씨
“한때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돼 나온다는 게 저한테는 큰 선물이죠. 소설가란 직업이 갖는 기쁨인 것 같아요.”
소설가 정한아 씨(27·사진)가 등단 4년 만에 첫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를 펴냈다. 정 씨는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달의 바다’를 출간했다.
일상에 대한 담담한 긍정과 따뜻한 시선, 잔잔하면서도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서사가 이번 작품집에서 엿보인다. 그가 다루는 서사적 공간은 영업금지법으로 쇄락해버린 집창촌에서 중국의 방수포 제조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소설을 쓸 때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자료 수집에도 공을 많이 들여요. 집창촌을 다룬 ‘아프리카’를 쓸 때는 마사지 보조인 척하며 따라 들어가서 분위기를 익혔어요.”
이스라엘 협동농장 키부츠에서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일하며 실연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첼로농장’이나 취업과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의 일상을 다룬 ‘마테의 맛’에서처럼 20대의 경험이나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들도 보인다. 하지만 정 씨는 오늘의 20대를 일정한 틀 안에 섣불리 규정하려는 것에 거부감을 내보였다.
그는 “20대를 ‘88만 원 세대’라고 하거나 20대 문화를 ‘루저문화’라고 부르는데 사실 20대는 어느 시대에서나 가진 것이 없었고 약자였다”며 “요즘의 취업난이나 실업은 특정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자체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단순한 가치, 단일화된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의 불합리함을 드러내는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독자들이 책을 읽은 뒤 삶의 희망과 의욕을 갖는 작품을 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지금은 그런 작가가 되기까지의 연습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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