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땡 땡.” 점심시간이 끝난 뒤 시험시간.
아이들이 나눗셈 시험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교실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커다란 시험지를 말아 쥐고 기다리고 있다.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시험지에 문제가 없다. 선생님이 말한다. “너거들, 어데 하고 싶은 욕 있으면 이게다가 다 적어 봐라.” 주인공 야야는 황당하다. “이렇게 큰 시험지에다가 욕을 쓰라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고?” 선생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왜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갑자기 욕 쓰기 시험을 치르게 했을까.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수수께끼처럼 전개되는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 야야가 욕을 쓰지 못하니 선생님이 거들었다. “아들이 니한테 약 올릴 때 욕 안하고 싶더나?” 야야가 친구들한테 당했던 일을 떠올리니 욕이 술술 나온다. 어느새 시험지 한 바닥이 꽉 찼다.
청소가 끝나고 교무실에 가니 다른 선생님들이 “4학년 1반 욕쟁이 왔다”며 놀린다. 야야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골탕 먹이려 욕 시험을 냈다고 생각해 분통을 터뜨린다. 야야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인 아버지도 분명히 봤을 거라 생각한다.
야야는 선생님과 면담하며 욕 시험을 낸 이유를 알게 된다. “그 많은 욕을 어디서 들었노. 니들이 언제 욕하고 싶었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야야는 선생님에게 가슴속으로 끙끙 앓던 일을 다 털어놓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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