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은 시간이 갈수록 교차하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예컨대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3D 영화를 기술이 만든 예술로 부르기도 한다. 기술과 예술의 통합 논의까지 나오는 가운데 두 개념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8일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이 서울대미술관에서 ‘테크네(techne) 예술 또는 기술’을 주제로 연 제3회 문명포럼이다.
박기순 연구원은 ‘기술로 이해된 예술, 예술로 이해된 기술’이라는 발제문에서 “회화와 조각 등 오늘날 우리가 예술로 부르는 것들을 고대에는 기술과 분리해 사고하지 않았다”며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예술을 지식이 아닌 특별한 감성적 능력에 의존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구분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에 와서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들을 가능하게 하고 많은 예술적 활동이 기계화된 프로그램의 도움 속에 이뤄지기 때문에 “예술과 기술은 상호 관계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터 베냐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예술작품의 기술적인 복제 가능성이 작품 아우라의 몰락을 가져오고 그로부터 새로운 예술적 공간이 열린다고 봤다.
김헌 연구원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테크네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였는가’라는 발제문에서 호메로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테크네 개념의 변화를 분석해 고대에는 기술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고 테크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했다. 호메로스(기원전 9세기∼기원전 8세기 추정) 시절 ‘집 짓는 목수의 솜씨’에서 비롯된 개념이 훗날 예술의 범위로 넓어졌다는 것이다. 테크네를 “대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원리를 정확하게 아는 것”으로 확대한 플라톤을 거쳐 아리스토텔레스는 테크네를 ‘에피스테메 포이에티케(제작지식)’로 표현했다. 이는 제화술, 조선술 등 공학적 기술만이 아닌 시를 짓는 시학과 수사학을 포함하는 개념. 김 연구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제작)지식과 관련해 남긴 저술은 ‘시학’과 ‘수사학’이었으며 이런 이유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테크네가 예술로 번역되고 이해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