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짓는 이의 정성과 먹는 이의 정성이 하나가 될 때 요리는 생명이 되고 사랑이 됩니다. 낭비도 없고 건강에 좋은 사찰요리의 정신이 남북 어느 곳이나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최근 ‘북한 사찰 음식’을 낸 태고종 정산 스님(63·사진)은 28일 간담회를 통해 “억지로 색을 입히거나 자극적인 것은 절집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 책은 60여 종의 지역별 사찰 음식과 요리법을 소개했다.
1961년 15세 때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해 행자로 있으면서 사찰 음식에 눈을 떴다는 스님은 ‘한국 사찰 음식’ 등을 출간했고, 81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사찰 전문 음식점 ‘산촌’을 운영해 왔다. 이곳은 2005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아시아 레스토랑 톱10’에 뽑혔다.
스님의 북한 사찰 음식 연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요리 스승’인 명허 스님에게서 북한의 사찰 음식에 관한 자료와 요리법을 전수받았지만 이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2007년 방북해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유점사 등에서 옛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들이 출퇴근하는 상황이라 사찰 음식의 실제 모습이 남아 있지는 않았지만 보현사 청운 스님은 ‘어떻게 이런 요리를 다 알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스님은 북한 사찰 요리의 특징을 한 음식에 여러 재료를 사용하는 것과 양념을 덜 써 간이 심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사찰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송이잿불구이와 배추식해김치를 꼽았다.
송이잿불구이는 이름만큼이나 재료와 요리법도 특이하다. 우선 무의 윗부분을 자르고 속을 파낸다. 마는 강판에 갈고, 송이와 호박은 깍둑썰기로 썰어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재료로 무의 속을 채운 뒤 무 자른 뚜껑을 덮어 꼬챙이로 고정시킨다. 다시 호박잎으로 세 겹을 싸고 잿불에 묻어 하룻밤이 지난 뒤 다음 날 참기름을 넣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유점사의 배추식해김치에는 추운 겨울을 나는 스님들의 비타민 섭취를 위해 배추와 무, 고춧가루 등 일반적인 재료뿐 아니라 도라지 더덕 우엉 연근 새송이버섯까지 들어간다.
“무엇보다 탐내지 않는 ‘무욕(無慾)의 맛’이 중요합니다. 음식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만들고 먹는 것 자체가 일종의 수행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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