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볼썽사나운 ‘남규리 논란’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그룹 씨야의 세 멤버. 왼쪽부터 이보람 김연지 남규리.
그룹 씨야의 세 멤버. 왼쪽부터 이보람 김연지 남규리.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지만 요즘처럼 시끄러운 때도 흔하지 않다. 고 장자연 사태에 이어 다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26일 주지훈 등 연예인과 관련된 마약 사건이 터졌다.

이런 와중에 연예계에서 또 석연치 않은 책임 공방이 터졌다. 이른바 ‘남규리 논란’이다. 3인조 여성그룹 ‘씨야’ 멤버인 남 씨가 계약 문제로 소속사와 이견을 보인 끝에 팀 탈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인터넷에는 온갖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씨야의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남규리가 그룹을 무단 이탈해 피해가 크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러자 다음날 남 씨가 미니홈피에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고, 이에 소속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상습범’ ‘배후조작’ 등 지나친 표현을 써가며 다시 그를 비난했다. 씨야의 남은 두 멤버도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규리를 비난했다. 1주일쯤 되는 시간 사이에 수년간 함께 활동했던 동료가 졸지에 비난의 대상자로 바뀐 것이다.

이런 공방의 문제점은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이 어렵다는 데 있다. 도의적인 공과를 따지는 대목은 더욱 그렇다. 싸움이란 게 한쪽만 잘못해서 벌어지지도 않지만, 양심이니 의리니 하는 부분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 힘들다. 결국 각자 본인 판단의 몫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계약서다. 남규리는 계약을 이행했으니 소속사를 나가겠다는 입장이고, 코어 측은 계약을 채우지 못했으니 책임지라는 주장이다. 계약서가 이중으로 얽혔다지만 복잡할 것 없다. 그대로 들고 가 법정에서 따지면 된다.

이에 앞서 소속사는 남규리 흠집 내기를 관둬야 한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래도 한때 식구였던, 이제 겨우 20대 초반 여성 연예인에게 해도 될 말과 행동이 있다. 거대 연예기획사가 공방에 치중하는 모습은 어른스럽지 않다. 남규리도 신중해야 한다. 미니홈피에 개인 심경을 토로했다지만 그 파장은 충분히 짐작되는 상황이지 않나. “악마와 손잡는 게 싫었다”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자극적 말투는 삼가야 한다. 인터넷 매체도 차분해져야 한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라도 하듯 온갖 공방을 전달하는 건 사태를 악화시킨다. 싸움구경이 재미있다지만, 너무 가까이서 보다간 불똥이 튈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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