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 서범석이 클림트 전을 찾았다. “인물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굵직한 선을 기초로 그려놓고 가지치기를 한다”는 그는 배우로서 캐릭터를 분석하는 힘으로 그림을 감상했다.
- 서범석이 본 클림트는?
“색감이나 분위기가 동양적인 느낌이 강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나 영화 ‘미인도’의 화가 신윤복이 떠오르더라. ‘자유 속의 활기’가 느껴졌다. 신윤복 같았다.
내가 하는 뮤지컬은 종합예술인데 이 분도 드로잉, 유화, 벽화 등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뮤지컬과도 닮아있다.”
- 서범석이 꼽은 감동의 작품은…
“‘요한나 슈타우데’ 초상을 보면, 오히려 미래 그림일 것 같다. 색감과 헤어스타일을 봐도 매우 미래지향적이다. 나뭇잎 문양이나 옷 색깔이 세련돼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떠올랐다. 100년 전 스타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 ‘요한나 슈타우데’ 초상의 캐릭터는…
“눈을 보면 뭔가를 떨쳐버리고 싶은 감정이 강하다. 기억 속이 너무 복잡한데 외로워 보이는 게 나와 닮았다. 한 곳을 보고 가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감성 연기자로 알지만 머릿속으로 절제하는 게 많다. 나는 배우가 ‘나는 나만의 세계가 있으니 관객들은 내 감정을 못 따라와’라고 하는 걸 너무 싫어한다. 관객과 하나가 돼야 한다. 클림트는 자유롭게 인물을 표현했고 인물 심리가 단박에 드러나더라. 내가 추구하는 바다. 이성이 나를 많이 지배하고 있지만, 감성에 의존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 서범석이 본 클림트 초상의 여성은…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외로워 보인다. 역시 약한 사람들은 더 강하려고 노력하는 거고. 현대인들의 문제 ‘군중 속의 고독’이 느껴진다. 인물마다 표정이 다 다르다. 나도 배우로서 항상 다른 얼굴을 갖고 싶다.
- ‘요한나 슈타우데’ 외에 인상적인 클림트 작품은…
‘유디트Ⅰ’의 얼굴이 좋다. 턱이 각이 져서 남자 같다. 눈은 짝눈인데 세상을 달관한 듯 편하게 보인다. 내가 다음 작품으로 하고 싶은 ‘헤드윅’ 얼굴과도 닮았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너 지고 살아라.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너무 들어서 항상 약자의 마음 쪽에 있다. 유디트 얼굴과 헤드윅 얼굴이 딱 ‘난 약자라도 괜찮아’라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서범석은?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박민수, ‘노르트담드파리’의 프롤로, ‘지킬앤하이드’의 지킬, ‘파이란’의 강재, ‘지하철 1호선’의 안경 역 등을 맡아 열연했고, 뮤지컬계의 ‘범사마’로 불린다. 연예인 야구단 ‘한’과 뮤지컬배우축구단 ‘마스트’ 팀에서 활약하며 현재 골프에 매진 중이다. 2008년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2008년 제2회 대구뮤지컬어워즈 최고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