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역 민영기 가창력-카리스마 압도
조연들 존재감 미미, 균형감 살렸으면…
민영기를 위한, 민영기에 의한, 민영기의 뮤지컬.
충무공탄신일(28일)을 전후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이순신’(극본 및 연출 이윤택·음악 강상구)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만큼 이순신 역을 맡은 민영기 씨의 가창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단조의 국악과 장조의 양악을 섞어 비장미와 장중함을 강조한 고난도의 노래들은 따라 부르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무대 위 민 씨가 그 어려운 곡들을 기막히게 소화해낼 때마다 객석에선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의 목소리는 전어 떼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저 바다를 보아라/살아 숨쉬는 저 바다”라며 그 생명력을 찬미할 땐 살진 전어만큼 기름졌고, “한칼에 휘둘러 쓸어버리자/피가 강산을 물들였네”라며 독전가를 부를 땐 소름이 돋을 만큼 뜨거웠다. 또 왜군 패잔병에게 희생당한 백성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며 “제게 원귀의 저주를 내리소서/차라리 피를 뒤집어 쓴 귀신이 되어/이 바다를 평정하겠소”라고 노래할 땐 귀기가 느껴졌다.
달빛이 너무 밝으면 별빛은 어둡기 마련. 그의 독주는 오히려 이 작품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순신 다음으로 비중이 큰 선조(이광용)나 소 요시토시(장현덕), 도요토미 히데요시(이승헌)의 노래가 약한 탓에 극적 균형을 잃었다. 너무 많은 배우를 등장시킨 ‘인해전술’도 무대와의 불균형으로 극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판옥선과 왜선 두 척의 배를 등장시키는 것도 모자라 수십 명의 배우가 그 곁에서 ‘육전’을 벌이는 해전 장면은 ‘들끓는 바다’가 아니라 ‘번잡한 바다’를 만들었다.
한산대첩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백의종군 이후 그의 죽음까지 담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이순신을 예민한 지식인으로 그린 점이다. 그는 24명이나 되는 식솔을 거느릴 만큼 가족애가 남달랐고 무장으로서 절정기인 한산대첩 직후 광기에 사로잡힐 만큼 섬세한 영혼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 미덕을 십분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이순신에 필적할 선조와 도요토미가 필요하다. 3일까지. 4만∼6만 원. 02-763-126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