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아름답게 혹은 거칠게…마음을 연주하는 ‘5월의 몸짓’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미리 보는 ‘몸의 축제’ 현장

‘오월엔 몸으로 이야기해요.’

그만큼 올해 5월엔 몸짓 공연축제가 몰렸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부산국제연극제는 ‘신체극과 마임’을 주제로 9개국 24개 작품을 초청했다. 4회를 맞은 신체극축제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올해부터 기간을 한 주 더 늘려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13개 팀이 공연한다. 여기에 국내 무언극 축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춘천마임축제와 몸짓의 한계에 도전하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가 각각 24일과 26일 개막한다. ‘몸과 땀’의 축제를 수놓는 작품을 소개한다.

■부산국제연극제(1∼10일)-팬터마임 전설 후예 눈길

팬터마임의 양대 전설, 프랑스 마르셀 마르소와 폴란드 스테판 니에지아우코프스키의 제자들이 연출한 ‘라우더 댄 워즈’(2∼4일 금정문화회관 소극장)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세계 초연으로 마르소의 제자인 그레그 골드스톤과 니에지아우코프스키의 뒤를 이은 바르트워미에이 오스탑축이 8년간 공동작업 끝에 12편의 환상적 마임으로 정리했다.

200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무언극 분야 최고상인 헤럴드 에인절상 등 3개 부문을 휩쓴 ‘판도라 88’(2, 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무대는 1.5m² 크기의 상자다. 독일의 대표적 신체극단인 파브리크 포츠담 극단의 창단자인 볼프강 호프만과 스벤 틸이 극도로 폐쇄된 공간에서 대담하고 강렬한 몸동작으로 다양한 심상을 조각한다. 이탈리아 잭 & 조 극단의 ‘오피스’(8∼10일 경성대 예노소극장)와 폐막작인 프랑스 도자되 극단의 ‘잊을 수 없는 기억’(9, 1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도 기대를 모은다. www.bipaf.org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5∼24일)-국내대표 신체극

한국 팬터마임의 대표주자인 유흥영 고재경 씨의 대표작 ‘두 도둑 이야기’(19∼21일)와 공간과 신체의 만남이 빚어내는 감성적 울림에 주목해온 극단 몸꼴의 ‘초승달, 그믐달, 교집합’(16, 17일) 등 국내를 대표하는 다양한 신체극을 만날 수 있다. 실험적 마임 작업에 주력해온 노영아 씨가 벽과 천장을 타고 다니는 ‘몽상’(5, 6일), 다양한 화살표 앞에서 인생행로를 고민하는 인간군상을 풍자한 일본 이무로 나오키 마임컴퍼니의 ‘화살표 방향으로’(23, 24일)도 관심을 모은다. www.physicaltheatre.co.kr

■춘천마임축제(24∼31일)-러 ‘곤충들의 천문학’ 주목

기괴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러시아 마임극단 블랙스카이화이트의 ‘곤충들의 천문학’(25, 26일 춘천문화예술회관)이 가장 주목된다. 기괴한 존재들이 사는 가상공간에 크리스마스이브가 오고 산타클로스가 찾아오면서 생기는 사건을 통해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인간 무의식의 심연을 그렸다.

올해부터 춘천마임축제는 춘천 외곽을 흐르는 공지천 주변의 ‘우다마리’로 무대가 바뀌었다. 극단 레트로몽은 이곳에서 ‘허공과 하나 되어’(29∼31일)를 공연한다. 22m짜리 크레인에 매달린 피라미드 형태의 와이어 조형물에서 3명의 무용수가 아찔한 춤을 춘다. 춘천마임축제와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가 공동제작한 마임극 ‘블릭’(28, 29일 춘천문화예술회관)과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앨리스 프로젝트’(29, 30일 우다마리)도 기대작이다. www.mimefestival.com

■MODAFE(26일∼6월 6일)-‘코미디’ 극적 구성

프랑스 안무가 나세르 마르탱 구세가 안무한 개막작 ‘코미디’(26, 27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 대극장)는 극적 구성이 돋보인다. 다이아몬드 도난사건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행태를 재즈 선율과 해학적 무용으로 담아내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핀란드 안무가 수사나 레이노넨의 ‘트리클, 그린 오크’(6월 3일 아르코예술 대극장)는 우아한 발레라는 통념에 도전한 현대무용이다. 낡고 닳은 클래식 튀튀(주름이 많이 잡힌 발레용 치마)를 입은 4명의 남녀 무용수가 묵직한 근육질의 무용을 선보인다.

해부학적 무용을 표방한 캐나다 안무가 호세 나바스의 ‘아나토미즈’(29일 동숭동 아르코시티 대극장), 한국무용가 김원 씨와 중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무용가인 조선족 출신 김성 씨가 공동안무한 ‘외침’(31일, 6월 1일 아르코예술 소극장)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www.modafe.org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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