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제 마이트너/샤를로테 케르너 지음·이필렬 옮김/208쪽·1만2000원·양문
20세기 세계 과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두 여성 과학자의 삶과 내면을 추적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마리 퀴리(1867∼1934)는 가난한 폴란드 이민자 출신이지만 천재성과 인내심으로 방사성 원소 라듐을 최초로 발견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프랑스 여성 과학자. ‘열정적인 천재, 마리 퀴리’는 이런 신화에서 벗어나 퀴리의 내면세계를 파고든다.
미국 작가인 저자는 퀴리의 일기와 편지,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퀴리의 진실에 접근했다. 퀴리는 “밤에는 사방에서 약하게 빛나는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어둠 속에 걸려 있는 듯한 이 빛은 새로운 감정과 황홀함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방사성 원소가 에너지를 방출할 때 나오는 빛에 매료된 것이다.
퀴리는 이 물질에 노출되는 게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남아 있는 퀴리의 유품이 아직 방사능을 띠고 있을 정도다. 퀴리의 이 열정은 남편과 딸까지 라듐의 파괴적인 방사능에 노출시켰다. 그는 라듐을 “내 아이”라고 불렀다. 남편 피에르가 죽고 1911년 두 번째 노벨상을 받고 난 뒤 퀴리는 유부남인 동료 물리학자와의 스캔들로 “가정 파탄의 주범, 타락한 여성”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남성 과학자들의 그늘에 가렸으면서도 연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1878∼1968)의 삶을 조명한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독일의 연구소에서 일하며 동료 과학자 오토 한(1879∼1968)과 함께 방사성 물질인 프로탁티늄 원소를 발견했다. 그러나 정작 연구소에는 여성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연구소 지하의 목공실에서 연구해야 했고 오토 한의 보조연구원으로 여겨졌다.
독일에서 뒤늦게 교수직을 얻었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마이트너는 오토 한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원자가 분열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하는 핵분열의 아이디어를 처음 냈다. 그러나 정작 1944년 노벨상은 오토 한에게만 돌아갔다. 핵분열은 원자폭탄 개발로 이어졌지만 마이트너는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과학의 유용성이 너무 강조돼 근본적인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즐거움이 점점 오염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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