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기획하고 번역한 조양욱 씨가 처음 이 책에 얽힌 미담을 들려줬을 때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책이 50만여 명의 일본 독자에게 전해지기까지 그 제목만큼이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일본에서 출간됐을 때만 해도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했고 절판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한 작은 서점 주인이 손님들에게 추천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에 급속도로 팔려나갔다. 마침내 ‘천국의 책방’이라는 시리즈 이름으로 두 권이 더 나와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천국의 책방-연화’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천국에 있는 한 작은 책방에서 펼쳐지는 감동적인 사랑과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1권에서는 삶에 의욕이 없던 대학 졸업반 사토시가 어느 날 갑자기 ‘천국의 책방’으로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그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세와 천국을 넘나들며 화해와 사랑을 배운다. 책방에 오는 사람들에게 책을 낭독해주는 사토시, 그것을 들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들을 통해 ‘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새기게 하는 내용이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고 참 좋은 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국내에서도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일본 소설은 대개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소재가 독특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잔잔한 스토리와 여운으로 서서히 가슴을 물들이는 이런 책은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에 사람들 사이의 잔잔하면서 따뜻한 교감을 그린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진가가 더 잘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은근한 화법으로 알려주는 이 책은 얼어붙은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 그랬듯이 이 책이 한국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꿈꿔본다.
홍정인 예담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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