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왜 그때 울었고
능소화는 왜 거기 있었나
문학비평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뻐꾸기 울음’과 ‘능소화’를 통해 토지의 주제를 재해석했다. 용이가 무당 딸 월선과 한 몸이 되는 장면, 구천이 별당 아씨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목 등 극적인 위기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뻐꾸기 울음이 등장한다. 문의원이 백일기도 중 김개주에게 겁탈당해 임신한 최 참판댁 며느리 윤씨 부인을 진맥하는 상황에서도 뻐꾸기 울음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아까 별당에서의 그 무시무시한 긴장이 되살아났다. 어느덧 글 읽는 소리는 멎었고 세상이 없어진 것 같은 정적이. 그러나 멀리서 뻐꾸기 울음이 들려왔다.”
능소화도 마찬가지다. 최 참판댁 담장에 피어 있는 도도하고 화려하면서도 천박해 보이는 이 꽃은 그 자체로 최 참판댁을 상징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뻐꾸기 소리, 능소화로 대변되는 ‘산천’ 즉, 삶의 영원한 터전이 되는 자연과 생명사상이 토지의 참 주제라고 분석했다. ‘불신시대’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등 박경리 초기 작품들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악마적 글쓰기’의 극복 과정으로 본 연구, 토지의 주요 무대가 되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혼불’ ‘토지’ ‘지리산’의 연계성을 분석한 글도 수록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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