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주인공 캐릭터도 진화”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고난 헤쳐가는 ‘애어른’서 ‘아이다운 아이’로

“동화 속 어린이 주인공의 캐릭터는 1980년대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모습에서 1990년대 이후엔 현실을 반영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계간 ‘창비어린이’ 창간 6주년 기념 세미나 ‘아동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을 찾아서’에서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 씨는 주제발표를 통해 “아동문학 속 주인공이 ‘어른스러운 아이’에서 ‘아이다운 아이’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아동문학의 태동기인 1927년 출간된 ‘만년샤쓰’(방정환 지음)의 창남이는 추운 겨울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옷과 양말을 벗어주고 맨발에 맨몸으로 학교에 온다. 이후 1983년 발표된 ‘몽실언니’(권정생 지음)의 몽실이는 동생과 병든 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인물이다. 이처럼 1970, 80년대 한국 아동문학의 주인공은 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어른들의 고민을 나누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1999년 나온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지음)의 건우는 다르다. 건우는 나쁜 어린이표를 주는 선생님이 미워 나쁜 선생님표를 만들고 선생님이 갖고 있는 어린이표를 찢어 버린다.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지음·2000년)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겪는 고통 자체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개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좀 더 ‘아이다운 아이’, 현실 그대로의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타난 것.

원 씨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지닌 한국 아동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을 창조해내려면 어른과 마찬가지로 ‘현실 속 아동’의 모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씨는 이 세미나에서 최근 아동작품들에서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이 인터넷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득이’(김려령 지음·2008년)는 완득이를 중심으로 삼기보다는 똥주선생, 아버지 등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늘어놓는다. 김 씨는 “인터넷의 수평적인 관계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보다는 친근한 ‘동료’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아동문학평론가인 김현숙 씨는 아동문학의 조연인 어른의 캐릭터 역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늘 희생하고 보듬는 어머니나 할머니 대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어른들을 다룬 작품이 늘고 있다는 것.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용포·2007년)은 태진아 팬클럽에 가입한 할머니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손녀딸과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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