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게 되면 부모는 간섭 말고 자식은 공경해야”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 성서적 관점으로 ‘결혼설명서’ 펴낸 조현삼 목사

《“결혼은 부모를 떠나는 겁니다. 남자도 여자도 부모를 떠나는 것이 결혼입니다.” “…. 꼭 부모님 집을 떠나야 하나요?” ‘감자탕 교회’로 더 알려진 서울 도봉구 도봉2동 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인 조현삼 목사(51·사진)가 최근 출간한 ‘결혼설명서’(생명의말씀사)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조 목사와 결혼을 앞둔 커플이 나누는 가상의 대화를 통해 결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성경의 토대에서 풀이했다.》

이 교회는 2004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기 전까지 교회 표지가 감자탕 집 간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감자탕 교회로 불렸다. 이 애칭의 이면에는 교회의 외형적 성장보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 목회자와 신자들의 신앙관이 깔려 있었다.

저자는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몸을 이룰지로다”(창세기 2장 24절)라는 구절을 인용해 결혼의 핵심을 ‘떠난다’로 설명한다. 이 단어는 히브리어로 ‘아자브’로 함께하고 있던 사람이나 사물을 뒤에 남겨 놓는다는 뜻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결정권’으로 구체화한다. 성경은 이 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 특히 에베소서 6장 1절에는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라고 돼 있다. 바로 부모는 하나님이 정해준 자녀 인생의 결정권자이지만 결혼으로 이 권리가 부모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결정권이 없는 부모가 자녀의 결혼 뒤에도 사랑이라는 이유로 간섭하기 때문에 고부갈등이 생기고, 부모 곁을 떠났으면서 의존하기 때문에 ‘다 큰 아이 둘’이 사는 가정이 나옵니다. 설교에서 이렇게 말하면 나이든 분들이 몹시 섭섭해하지만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진실입니다.”(조 목사)

결혼식은 결정권의 이양식이자 부모 공경의 출발점이다. 특히 그 방식은 마음뿐 아니라 물질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것. 신약성경을 기록한 헬라어 ‘티마오’는 ‘돈으로 경의를 표시하다’ ‘보상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 공경은 존경뿐 아니라 부모의 품위 있는 생활을 돕고, 나아가 자동이체를 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18년에 걸친 조 목사의 목회 상담 경험이 실린 이 책은 결혼과 성(性)의 올바른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담 사례를 들어 개신교 신자의 경우 성에 관해 지나치게 금욕적이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며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몸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연합하다는 뜻을 지닌 헬라어 ‘프로스콜라오마이’는 ‘부부의 결합’ 내지 ‘성관계를 갖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너는 그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잠언 5장)

‘복되게 하라’ ‘족하게 여기라’ ‘연모하라’는 외도가 아닌 부부 사이의 성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보여준다는 것. 중요한 것은 체위가 아니라 그 관계에 대한 부부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조 목사는 “이제 다른 간판이 교회를 가리고 있지는 않지만 감자탕교회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며 “성경 해석에서 결혼과 성에 관련한 오해들이 있고 실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성경으로 보는 결혼생활의 ABC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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