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인상을 내년에 추진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은 4일 한국 언론의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6월 미디어 관계법을 비롯해 공영방송법(KBS, EBS 등을 공영방송으로 묶는 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는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해왔으나 구체적인 시기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 위원장은 “영국 등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1년에 3만 원 정도인 KBS 수신료에 비해 9∼10배 높다”며 “KBS 수신료를 인상해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지 않고 국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미디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에 따라) KBS 2TV 광고의 70∼80%는 민방 영역으로 흘러들어가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0.8%에 불과한 국내 미디어 광고시장을 선진국처럼 1% 이상으로 키워 5조 원대 이상으로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MBC의 위상에 대해서는 “소유는 공영, 운영은 민영인 MBC는 정체성 확립을 위해 공영과 민영 중 하나를 스스로 택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익 감소 등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나는 처절하게 배가 고파봤던 사람으로 그걸 경험 못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며 밥을 굶는 바람에 술도가에서 지게미를 얻어먹고 학교에 갔다는 이 대통령의 유년 시절 일화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방미 기간 중 마이클 콥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대행과 만나 방송통신 현안을 논의하고 타임워너와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미디어 그룹을 방문한다. 일본에 들러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총무상과 방송통신 협력약정을 체결하고 NHK와 후지TV 등을 방문한 뒤 11일 귀국한다.
워싱턴=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