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소나기’에서 무대로 엄청난 물이 쏟아지는 소나기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죠?
(유윤정 씨·29·서울 광진구 능동)
뮤지컬 공연에서 비를 맞는 장면은 우회적으로 연출합니다. 배우가 착용한 마이크가 빗물에 젖어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이죠. 비 오는 장면이 많은 ‘사랑은 비를 타고’는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경우는 있어도 노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노래하는 장면은 반주와 노래를 녹음한 AR(All Recorded)를 활용합니다. 그래서 남녀 주인공이 옷이 흠뻑 젖을 정도의 빗줄기를 맞으며 직접 노래하는 ‘소나기’(연출 유희성)는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소나기’의 경우 이 장면에서 무대 위에 모두 6t의 물이 쏟아집니다. 3t은 천장에 두 줄로 설치된 분사장치에서 쏟아지는 빗물이고, 3t은 바닥에서 시냇물로 흐르는 물입니다. 천장의 분사장치는 전기모터를 통해 줄당 30여 개씩 설치된 특수 노즐에서 자연스러운 빗줄기를 뿜어내도록 제작한 것입니다. 시냇물은 무대 뒤 호스를 통해 흘려보냅니다. 이들 물은 각각 무대 뒤 2개의 대형 물탱크에 있다가 3분여에 이르는 소나기 장면에 몽땅 투입됩니다.
이 물이 객석으로 넘치지 않는 것은 경사지게 만든 무대의 끝부분에 가로로 길게 홈을 파고 무대 아래 설치된 가로 12m, 세로 10m, 깊이 30cm의 대형 수조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소나기’의 무대 밑에는 수영장이 있는 셈이죠.
‘물 관리’도 해야 합니다. 사용한 물의 절반은 시냇물용으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버립니다. 빗물용 물은 배우의 건강과 마이크에 이물질이 들어갈 것을 우려해 매번 새 수돗물을 받아 사용합니다.
이 공연의 경우 관건은 역시 마이크에 있습니다. 소나기를 맞는 남녀 주인공 이마에 부착되는 무선마이크는 1자 형태가 아니라 낚시 바늘 형태로 휘어 있습니다. 거기에 망사 형태의 실리콘 재질의 특수 방수 캡을 씌워 물이 튀는 것을 막습니다. 전선도 방수처리된 것을 쓰고 허리에 착용하는 리시버에 콘돔을 씌운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권도경 음향감독은 “지난해 공연을 앞두고 일주일간 500만 원어치가 넘는 마이크를 고장 내면서 개발한 우리만의 기술”이라며 더 자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쳤습니다.
소나기 장면이 끝난 뒤 남자 주인공 동석은 2, 3분 만에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합니다. 이는 5명의 스태프가 달라붙어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메이크업을 새로 하고,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히고, 마이크를 갈아 끼우는 등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작전을 펼친 결과입니다. 그래도 속옷까지는 갈아입지 못해 젖은 속옷을 입은 채 공연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경사진 무대에 물까지 흘리기 때문에 배우들이 공연 도중 미끄러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1일 프레스 공연에서는 동석 역을 맡은 그룹 FT아일랜드 멤버인 이재진 군이 말 그대로 다리를 하늘로 들어올린 채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무대미술팀은 아교를 섞은 페인트를 무대 바닥에 뿌려 바닥을 거칠게 만들고 있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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