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들 물건 중에는 의외로 ‘지금은 안 쓰지만 언젠가 필요한 것’이 많아 그 당시 우선 순위 만으로는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 고민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작아도 좋으니 아이들 전용 수납공간인 ‘잡동사니 방’ 혹은 ‘잡동사니 코너’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조언합니다.
더는 못 입히지만 언젠가 동생이 커서 입을 옷이나 상급반에 진학해 볼 수 있는 묵직한 참고서들, 망가졌지만 어릴 때부터 늘 가지고 놀던 곰 인형이나 한때 즐겨 사용했던 야구용품, 구입은 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놀이용품, 유치원 다닐 적 만든 작품이나 산이나 바다에서 주워온 물건 등처럼 어느 집에나 갖고 있는 ‘쓰지는 않지만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입니다.
이런 물건들을 전부 아이 방에 수납해서는 방이 정리되기는커녕 지저분해지기만 합니다. 일단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모두 ‘잡동사니 방’에 넣어 둡시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나 생일선물을 받을 즈음에 날짜를 정해 엄마, 아빠, 아이 모두 함께 ‘잡동사니 방’ 물건들을 꺼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어릴 적 추억이나 장래에 대한 얘기들을 나눠보세요. 사실 이러한 일들은 ‘물건’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부모자식 간의 유대감을 키워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그런데 물건에는 두 가지 사용방법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하나는 생활 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것. 또 하나는 마음으로 사용하는 것, 즉 추억이 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그 물건을 볼 때마다 힘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물건들이죠. ‘사용하기 위한 물건’과 ‘마음에 담아두는 물건’ 두 가지 모두를 갖고 있을 때 비로소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정리를 해 보세요.
곤노 노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