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용도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들은 당당한 현대미술작품들. 펜스 조형물은 정승의 ‘우리는 눈에 띄어야만 한다Ⅲ’, 한복 설치작업은 김정표의 ‘A secret garden’. 31일까지 청계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의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전에 선보인 작품 중 일부다.
야외 작업과 더불어 센추럴관광호텔 1층에 자리한 청계창작 스튜디오 갤러리(02-2290-7134)에서도 입주작가전이 이어진다. 2∼4명이 같이 드는 공동 가방을 만든 최현주는 공동체 의식에 주목하고, 선반에 물병 형태의 시멘트 구조물을 진열한 박광옥은 우리 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파고든다.
금속조각가 강은구는 어린이용 팝업북처럼 한 장의 철판을 오려내 빌딩과 공장이 있는 도시 풍경을 담은 입체 작업을 내놓았다. 청계천에서 금속절단집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금속을 접한 그는 8∼26일 서울 대학로 샘터갤러리(02-3675-3737)에서 첫 개인전도 연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작업들이다.
청계창작스튜디오 옆에 마련된 청계아카이브관 ‘무쇠구름’도 흥미롭다. 작가그룹 ‘플라잉시티’가 청계천 금속공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료와 폐품을 활용한 설치작업으로 풀어냈다. 대량생산의 그늘에 가려졌으나, 금속을 자유롭게 주물러 도면 없이도 온갖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손노동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현장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