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미동맹 지나친 의존은 이데올로기로 ‘변질’ 될 수도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2/이삼성 지음/1권 676쪽 3만 원, 2권 844쪽 3만3000원·한길사

미국 외교와 국제정치 전공자인 이삼성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동아시아 역사를 국제정치학적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과거의 중화(中華)질서에 대해 “중국과 주변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지배와 종속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조공과 책봉 체제를 근간으로 한 국제관계는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전쟁과 평화를 규율하기 위해 동아시아가 창안해낸 국제적 규범으로 서양의 식민주의적 지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때 삼국이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고구려는 내륙 아시아적 정체성을 갖고 중국과 역동적 상호 작용을 하는 존재였고, 백제와 신라는 중국과 경제문화적 교류를 하면서 외교적 연합을 추구한 중화권적 세력으로 구분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해 내륙 아시아적 정체성을 가진 고구려가 사라짐으로써 1200년에 걸쳐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는 일관되게 중화 중심의 평화체제를 유지했다고 저자는 해석했다.

이 교수는 중화주의에 대한 중독으로 북방 민족이나 일본처럼 중화질서 바깥에 존재한 세력들을 차별하게 됐고 그들과의 시의적절한 공존을 모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화주의는 결국 이데올로기가 됐는데 현재의 한미동맹도 지나치게 의존하면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수 있다”며 “한미동맹은 큰 전략의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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