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애국주의에 비하면 중국의 효(孝)는 그다지 해로운 것이 아니다. 물론 효와 애국심은 모두 인류의 일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 전체를 배제하라는 의무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애국심은 인간의 충성심을 전투 부대로 향하게 하지만 효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역사와 현 상황을 유럽에 견주어보면, 이런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1920년부터 1년간 중국 베이징(北京)대 철학과 초빙교수로 중국에 머물렀다. 이 책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중국 관찰기다.
러셀은 유교적 규범에 따른 효가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해 공공의식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당시 제국주의로 왜곡된 서구의 애국심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효에 대한 러셀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더라도 낯선 동양의 유교, 역사를 나름대로 이해해 서구 문화와 비교하려 한 시도가 이채롭다. 당시 중국은 서구 문화의 수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러셀은 중국의 상황은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고유의 특징을 깡그리 잃어버린 채 완전히 서구화되지 않기를 바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